인디포럼2016이 5월26일부터 6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21회를 맞은 인디포럼은 작가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꾸려지는 비경쟁 영화제다. 올해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지난해까지 9년간 인디포럼을 이끌어온 이송희일 감독의 뒤를 이어 박홍준 감독이 새 의장을 맡았다. 기존의 상영작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새롭게 선보이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둘 있다. 하나는 김곡, 백재호, 이송희일 등 인디포럼 작가들이 미디액트와 함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영화 만들기 워크숍 ‘작심사일’을 진행한다. 독립 극,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해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총 30명이 참여해 10편(다큐멘터리 6편, 극영화 4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제 기간 중에 ‘작심사일’ 섹션을 따로 만들어 영화의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또 하나는 ‘인디포럼 제작지원’이다. 인디포럼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작품에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해 새로운 작가의 발굴에 능동적으로 임하겠다는 취지다. 시나리오를 제출하는 기존 영화제들의 제작지원 방식과 달리 10분가량의 동영상으로 기획안을 제출하게 할 예정이다. 7월 중 공모 공지가 발표된다.
올해 인디포럼 신작전에는 총 71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단편 극영화 41편, 장편 극영화 3편, 장편 다큐 4편, 단편 다큐 8편, 실험단편 9편, 애니메이션 6편이다. 박홍준 의장은 상영작들의 경향에 대해 “몇년 전에 비해 개인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영화들이 많아졌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극영화와 실험영화의 장르적 통합도 눈에 띄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신작을 선정한 심사위원단은 선정의 변을 다음과 같이 밝혀왔다. “만듦새는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영화를 만든 사람의 마음이 정직하게 드러난 작품들이다. 여기에 자신의 고민을 쉽게 타협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충실하게 밀고 나가려 한 시도들을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나름의 상상력, 문제의식을 지닌 영화들이다. 이런 이유의 작품이라면 적은 관객에게라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덧붙여 심사위원단은 “최근 영화 안에 새로운 활력이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에 선정한 귀중한 영화들이 최대한 많은 관객과 만나 세상에도, 영화에도 어떻게든 새로운 활력을 향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끔 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개막작은 이나연 감독의 다큐멘터리 <못, 함께하는>과 오정민 감독의 극영화 <연지> 두편이다. 폐막작은 원창성 감독의 장편 극영화 <꿈>이 선정됐다. 지난해 신설된 섹션인 인디포럼 포커스에는 총 5편의 극영화가 소개된다. 프로그래머들의 선정의 이유가 뼈아프다. “아트하우스로 무장한 독점적 극장은 소위 ‘아트무비’라는 보급형 비주류영화 시장까지 잠식함으로써 독립장편 극영화의 배급과 상영의 기회마저 폭력적으로 고갈시켰다. 독립장편 극영화가 상업영화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주류영화의 문법을 거부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때에만 한국영화의 미래가 비옥해질 것이다. 현실의 쟁점들을 파고드는 독립 다큐와 혁신적 이미지 실험을 창출하는 실험영화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독립장편 극영화에서는 좀처럼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미래에 대한 비관의 결과다. 이 비관을 돌파하고자 독립장편 극영화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소개한다.” 미학적 시도로 작가주의적 정신을 보여준 이지상의 <더 배틀 오브 광주>와 오멸의 <눈꺼풀>, 좀처럼 보기 힘든 자기만의 에너지를 한껏 담고 있는 이승원의 <소통과 거짓말>과 김수정의 <파란 입이 달린 얼굴>, 비루한 현실을 코믹과 낙관으로 넘으려는 고봉수의 <델타 보이즈>다. ‘포럼 기획전: 디지털, 눈을 뜨다’도 진행된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이행되던 2000년대 초반, 인디포럼을 통해 디지털 작업을 선보인 작가들이 있었다. 인디포럼2001에 <바다가 육지라면> <웃음> <연애에 대하여>를 선보인 김지현 감독과, 인디포럼2002에서 <반변증법> <시간의식>을 상영한 곡사다. 미니 회고전 형식으로 그들이 말하는 디지털영화의 현재와 미학적 가능성을 들어본다.
영화제의 부대행사들도 있다. ‘인디포럼 엔딩크레딧의 밤’이 5월28일 오후 10시 30분 가르텐비어(종로3가 서울극장점)에서 열린다. 인디포럼2016 신작 및 초청작 감독, 스탭, 배우는 물론이고 영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인디포럼 영화제와 독립 영화인들의 신나는 수다 파티인 ‘아술아장’은 5월31일 오후 10시30분 을지로3가 만선호프에서 진행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 극장에서는 인디포럼 벼락 장터인 ‘완판’이 열려 영화 관련 도서와 독립영화 DVD,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놓치면 아쉬운 추천작 다섯 편
<깨어난 침묵> 감독 박배일/2016년/신작전(장편)
2014년 4월29일 부산을 대표하는 막걸리인 생탁(부산합동양조) 노동자들이 노동 3권 보장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지역 유지로 구성된 사장들의 압력에 주요 언론은 그들의 투쟁을 외면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투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고 거리에서 쉼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외치지만 법과 자본, 사람들의 무관심과 가족의 외면이 그들의 외침을 집어삼킨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그녀의 전설> 감독 김태용/2015년/신작전(단편)
어느 날 유진은 엄마가 없어졌다는 전화에 아들 민호와 급히 제주로 내려온다. 해녀인 엄마가 물질하던 흔적들만 남아 있을 뿐 엄마의 소식이 없다. 이른 아침 유진은 마당에서 커다란 야생 곰을 발견한다. 자신이 엄마라며 다가오는 곰과 곰을 보고 할머니라며 따르는 민호 앞에서 유진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세 사람의 꿈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빙빙> 감독 임철민/2016년/신작전(단편)
쫓기듯 이사를 준비하게 되고 멀쩡하던 카메라까지 고장났다. 고향에 두고 온 구형 카메라를 가지러 가는 길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과 통화하는 동안 유행하는 노래나 기계의 수명 그리고 서로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손으로 빨개진 볼을 감싸다보니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위치를 다시 검색하겠다고 한다. 꿈에서 보았던 장소가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스크린의 신호를 따라 페달을 밟으면 푸른 인조잔디 위에 하얀 공이 쑥 올라온다. 텅빈 집으로 향하다가 문득 스치는 풍경들 사이로 커다란 구멍을 내보는 상상들이 이어진다. 자기 방식으로 참신한 미학적 시도를 해온 임철민의 신작이다.
<문영> 감독 김소연 /2015년/신작전(단편)
문영은 날마다 소형 캠코더로 사람들 얼굴을 찍는다.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피해 뛰쳐나온 문영은 연인과 울며 헤어지는 희수를 몰래 찍다가 들킨다. 두 사람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서서히 가까워진다. 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에 캐스팅된 신예 김태리의 단편 출연작.
<델타 보이즈> 감독 고봉수/2015년/인디포럼 포커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N포 세대 남자들의 열정만 가득한 우여곡절 중창단 도전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공동 대상과 CGV아트하우스의 창작지원상을 수상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