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순적인 심리 묘사가 만들어내는 인상적인 순간들 <파두>
2016-05-25
글 : 김보연 (객원기자)

파비안(골로 에울레)은 옛 애인 도로(루이즈 헤이어)를 잊지 못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녀가 사는 리스본으로 향한다. 몇 차례 서먹한 대화를 나눈 뒤 둘은 다시 관계를 이어가기로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익숙했던 문제가 반복된다. 질투가 심한 파비안이 도로가 바람을 피운다고 다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비안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집착은 갈수록 더 심해져가고 도로는 파비안의 이런 행동 때문에 힘들어한다.

독일 출신의 요나스 로틀랜더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파두>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극단적으로 집착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이때 영화가 방점을 찍는 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남자의 뒤틀린 심리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지만 그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그는 애인을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그녀의 변심을 어떻게든 확인하려 한다. 영화는 남자의 이런 모순적인 심리를 묘사하면서 여러 번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도를 넘어선 남자의 집착이 점차 개연성을 잃는다는 점과 남자의 납득하기 힘든 행동을 단지 섬뜩하게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 벌어지는 어떤 이상한 사건들을 그저 무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과 마주한다. <파두>는 그렇게 언뜻 의미심장해 보이는 장면들을 펼쳐놓은 뒤 허무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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