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전사로 탈바꿈한 계급사회 여성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2016-05-25
글 : 이주현

좀비와의 전투가 한창인 19세기 영국.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릴리 제임스)는 무술을 연마하며 좀비들의 습격에 대비한다. 어느 날 마을을 방문한 재력가 빙리(더글러스 부스)가 무도회를 연다.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이자 좀비 사냥꾼인 다아시(샘 라일리)를 만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새도 없이 무도회장은 좀비들의 습격으로 엉망이 된다. 이후에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좀비들의 방해로 쉽사리 좁혀지지 못한다. 급기야 좀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법이 있다고 말하는 위컴 중위(잭 휴스턴)가 엘리자베스에게 접근하면서 일이 커진다.

영화의 원작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소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다. 제인 오스틴의 명작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변형한 스미스의 소설은 2009년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신분과 부에 의해 신랑감이 결정되는 계급사회의 여성들을 무술에 능한 여전사로 바꿔놓았다. 베넷가의 첫째딸 제인(벨라 헤스콧)과 엘리자베스가 무도회에 가기 위해 단장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이들이 드레스 자락 안 가터벨트에 단도를 챙기는 모습을 비추는데, 용감한 여성 캐릭터들이 여전사 ‘이미지’로 소비되는 대목들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영화의 결정적 패착은 좀비가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로맨스에 방점이 찍혀 좀비물로서의 화끈함도 떨어진다. 신데렐라에서 여전사가 된 릴리 제임스, 가죽코트를 걸친 창백한 표정의 다아시로 분한 샘 라일리 등 젊은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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