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설렘과 호기심의 감정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 <레나>
2016-05-25
글 : 윤혜지

고려인 3세 레나(박기림)는 고향 땅을 밟기 위해 병중임을 숨기고 시골 노총각 순구(김재만)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다. 이미 아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순구는 레나를 다정히 보살펴주고, 레나는 점점 순구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레나는 사교를 위해 한국어 교습소에도 다니고, 서울에서 내려온 사진작가 한성(최호중)에게 사진 찍는 법도 배우며 시골 생활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서로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와중 레나의 병증이 도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둘의 본심이 드러나고 만다.

혼기를 놓친 한국의 총각과 외국의 어린 여자 사이에 성립된 매매혼을 순박한 시골 로맨스로 그려냈다는 점은 약간의 불편함을 안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순구를 속이고 결혼한 레나의 기만적인 태도, 매매혼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시골 총각(과 그 가족)들의 모습은 분명히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기도 하다. <레나>의 인물과 이야기는 <파이란>(2001), <선물>(2001), <너는 내 운명>(2005) 등 2000년대 초 국내 멜로영화의 정서를 몹시 닮아 있다. 하지만 당시의 정서를 이 시점에 다시 영화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국제결혼 이슈에 접근하는 태도는 <나의 결혼 원정기>(2005)보다도 고루하다. 반면, 영화를 일종의 동화로 본다면 서정적이고 순수한 멜로로 이해할 수는 있다. 설렘과 호기심의 감정을 눈에 보일 듯 연기해낸 배우들의 호연과 정읍의 풍광은 <레나>를 아름답게 포장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치고 빠질 줄을 제대로 아는 유머도 활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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