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레거시>(2012)의 제레미 러너는? 나쁘지 않았다. 앞서 더그 라이먼의 <본 아이덴티티>(2002)가 기초를 세우고 폴 그린그래스가 계승한 ‘맷 데이먼의 본’이 없었다면, 뭐 볼만했다.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가 시리즈를 박차고 나간 후 맷 데이먼도 그 뒤를 따른 뒷이야기는 유명하다. 토니 길로이의 <본 레거시>(2012)는 애초부터 시리즈 팬들에게는 성에 찰 리 없는 운명이었다. <제이슨 본>은 중간에 끼어든 <본 레거시>를 훌쩍 건너뛴, 시리즈 16년 역사의 계승이다. 주요 제작진 역시 앞선 시리즈를 함께했던 이들. 결과가 어떻든 일단 보게 하는 기획이다.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 사라졌던 본이 9년 만에 등장한다. ‘과거를 모두 기억’하지만, ‘넌 이제 더이상 예전의 네가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는 본은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걸까. 그리스 국회 앞, 시위대 인파 속으로 몸을 숨기는 영상을 보는 순간, ‘그래, <본 레거시>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게 이거였군’ 하며 심장이 뛰었다. 제임스 본드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파이 캐릭터 본의 컴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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