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가 고향이다. 충주는 사과가 유명하다. 사과는 피부 미용에 좋다. 피부 미용엔 온천도 좋은데, 온천 하면 수안보다. 수안보는 충주에 있다. 충주는 피부 미용에 좋은 도시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의 영화가 <겟잇뷰티>라도 되는 거냐고?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유명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자신의 파우치를 개봉하는 순간 ㄴr는 ㄱr끔 눙무를 흘ㄹL다. 그리고, ㄱr끔 ㅇㅣ렇ㄱㅔ ㄱH소리를 하눈 ㄴHㄱr 별루ㄷr.
2001년 어느 여름, 반복되는 수안보 온천욕에 더이상 뽀송해질 곳도 없던 나는 강원도 인제로 피서지를 틀었다. 부자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가 인제에 별장이 있다고 했다. 친구들끼리만 아주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별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별안간 술 냄새가 진동했다. 아저씨 네댓명이 이미 얼큰해져 있었다. 부자 친구를 쳐다봤다. 부자 친구는 먼 산을 바라보며 경치가 좋다는 애먼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애초에 부자 말은 믿는 게 아니었다. 깊은 절망감에, “미안한데 난 그냥 수안보로 갈게. 여기 겨드랑이 요기 이쪽이 아직 덜 뽀송해진 거 같아. 봐봐. 그치?”라고 말했지만, 어느새 다섯 중학생은 술상 앞에서 아저씨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눈치게임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참지 못하고 ‘1!’을 외치려는 순간, 내 옆의 아저씨가 눈치 없는 말을 했다. “너 내가 누군지 아냐. 나 영화배우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1!’을 외치려는 순간, 이 양반이 또 눈치 없이 이상한 말을 했다. “이번에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내가 거기 나온다.” 인디언밥으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눈치 없는 말을 반복하는 게 어른들의 눈치게임인가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정말 배우가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어느새 우리는 그 아저씨들과 참 재밌게도 놀았다. 그 아저씨는 자기 이름이 박원상이라고 말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저씨들은 ‘차이무’라는 극단 단원들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어느 날 실제로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개봉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고 난 고작 16살이었기 때문에, 16살이 볼 수 있는 영화표를 끊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숨어 있다가 그 19살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영화의 배경은 수안보였다. 신기했다. 심지어 영화에 진짜로 그 아저씨가 나왔다. 막 여자 꼬시다가, 막 무식한 친구한테 맞고, 막 칼 맞고 그랬다. 개웃겼다. 술만 잘 먹는 아저씬 줄 알았는데 연기도 잘하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덕분에,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운이 좋게 들어간 소속사는 황정민 형님의 회사였다. 자꾸 “드루와. 드루와” 하시니까 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물론 ㄱH소리다. ㄴHㄱr 참 별루ㄷr). 좌우지간 회사에 들어가고 나니 거듭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박원상을 줘패는 무식한 친구가 황정민이었으니, 이 영화는 꽤 나와 인연이 깊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끼워맞추지 말라고? 원래 인생이라는 게 내 위주로 편집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인연들 덕분에 가끔씩 이 영화를 뽑아든다. 고작 삼류 밴드가 꿈이 아니었던 삼류 밴드의 멤버, 삼류 밴드를 그만두고도 삼류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들. 해를 거듭할수록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님들 이야기하다가 영화 얘기는 많이 못했다. 이러고도 고료 받아갈 거냐고 따진다면, 그래도 받겠다. 남은 이야기는 언젠가 할 기회가 있을 거다. 갑자기 우울해진다. 우울할 땐 수안보 온천이다. 아, 확실히 해두지만, 충주 지역 경제 육성을 노리는 글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