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007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007 카지노 로얄>(2006)부터 제6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한 대니얼 크레이그가 샘 멘데스 감독과 함께 <007 스펙터>(2015)를 끝으로 하차한다는 설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제임스 본드로 데이미언 루이스, 제이미 벨, 에이단 터너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현재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인물은 톰 히들스턴. 그의 호리호리한 몸매와 섬세한 이미지가 고전적인 본드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최초의 ‘게이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간청하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모습을 갈망하는 건 이뿐이 아니다. 흑인 배우인 이드리스 엘바가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은 합성 이미지들을 만들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성 정체성과 인종을 넘어선 본드가 가능하다면 여성 본드라고 왜 불가능하겠는가. 시작은 프리앙카 초프라의 인터뷰였다. 그녀는 본드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본드걸보다는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고 싶다”고 답하며 팬들의 성원을 얻었다. 드라마 <엑스파일>의 스컬리로 알려진 배우 질리언 앤더슨 또한 자신의 SNS에 팬이 만든 007 포스터를 게재하며 ‘제인 본드’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에밀리아 클라크도 “제인 본드를 연기하게 된다면 너무나 기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렇게 된다면, 007 시리즈에 늘 등장해온 본드걸을 대체할 본드보이가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존 본드의 이미지와는 달랐던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 역에 캐스팅되었을 때 역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007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재해석한 본드로 역사에 남았다. 이제 흑인, 게이, 여성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변주된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기대해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