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마약, 여자. 쳇 베이커의 일생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 단어다. 쳇 베이커에 관한 영화 <본 투 비 블루>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1960년대 중반 마약중독과 폭행 사고로 더이상 연주가 불가능해 보이던 쳇 베이커(에단 호크)가 제인(카르멘 에조고)을 만나 다시 트럼페터로 무대에 서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쳇 베이커가 길에서 심하게 폭행당해 잇몸이 주저 앉고 이가 망가진 이야기는 실화에 기반한 것으로, 관악기 연주자인 그에게는 치명적인 사고였다. 쳇 베이커는 틀니를 낀 채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고 음악 관계자들은 약에 찌들기를 반복해온 그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그의 곁에 남은 건 제인과 재즈뿐이었다. 로버트 뷔드로 감독은 극적이었던 쳇 베이커의 삶 중 가장 어둡고 불투명한 나락을 통과하던 시기를 도려내 극화했다.
<본 투 비 블루>의 상당 부분은 로버트 뷔드로의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으로 이루어졌다. 가령 쳇 베이커는 제인이라는 흑인 여성을 만나거나 할리우드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적이 없다. 로버트 뷔드로는 사실 여부에 연연해하는 대신 자신이 바라본 쳇 베이커의 면모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가상의 이야기를 덧대간다. 대표적인 예는 쳇 베이커가 자신의 전성기, 즉 1950년대 버드랜드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와 실력을 겨룬 시기를 다룬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되고, 아내 역의 제인을 만나 실제로 연인이 된다는 설정이다. 이후 쳇 베이커가 출연한 영화 장면은 흑백으로, 현실 장면은 컬러로 교차편집되면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낙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재기에 대한 압박, 되돌아가고 싶은 트럼페터로서의 삶 등을 상기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엔딩을 포함해 흥미로운 요소가 있는 각본이지만 다소 산만한 편집, 중요한 순간에 우연에 기대는 서사 전개 등 영화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단 호크의 연기다.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의 푹 꺼진 볼, 깊게 팬 주름, 연약한 눈빛, 상처받은 듯한 목소리를 인상적으로 소화해내며, 좀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버전의 쳇 베이커를 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