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정직하고 용감한 아이들이 현실을 마주하는 법 <행복까지 30일>
2016-06-0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인도의 한 빈민가 옆에 피자 가게가 생긴다. 까마귀 알을 자주 훔쳐 먹어 각각 ‘큰 까마귀 알’(비네시)과 ‘작은 까마귀 알’(라메시)로 불리는 형제는 인기스타 심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개업식에 놀러간다. 심부의 피자 먹방을 지켜본 형제는 피자 맛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나중에 갚을 요량으로 피자를 배달시켜보지만 판자촌에 사는 그들에겐 음식을 받을 마땅한 집 주소조차 없다. 형제는 석탄을 주워서 버는 일당의 서른배에 달하는 피자 값을 겨우 모아 가게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번엔 누추한 옷차림 때문에 문전박대당한다. 형제는 새 옷을 사기 위해 다시 부지런히 돈을 모은다.

빈민가에 사는 어린 형제를 통해 인도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영화다. 카메라는 피자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온갖 창의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형제의 순수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하층계급이 겪는 가난과 차별의 현실은 그런 아이들 곁을 두르며 자연스럽고도 사실적인 색채로 화면에 담긴다. 형제의 이야기가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블랙코미디의 성격이 짙어진다. 순진무구한 형제는 어른들의 차별 대우를 마주하며 계급과 가난을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 점점 근심이 드리우는 형의 얼굴이 잦은 클로즈업으로 담긴다. 하지만 영화는 감상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신 사랑스러운 톤을 유지한다. 이 영화를 어린 형제의 성장 드라마라고 하기 어려운 것은 아이들이 취하는 태도나 행동이 일관적으로 아이답기 때문이다. 현실을 인지하고 거기에 적응해나가는 것이 성장이라면 이 정직하고 용감한 아이들에게 성장은 오히려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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