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동생의 결혼을 막으려는 오지랖 누나의 고군분투기 <연애의 발동: 상해 여자, 부산 남자>
2016-06-0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베이징에서 점성가로 활동 중인 얼샨(진의함). 그녀가 열다섯살부터 홀로 돌봐온 동생 이펑(진학동)은 그녀에게 동생 이상의 의미다. 어느 날 한국에서 유학 중인 이펑이 난데없는 소식을 전해온다. 일주일 후에 한국인 여자친구 재희(혜림)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것. 문제는, 얼샨이 신봉하는 별자리점에 따르면 둘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거다. 얼샨은 어떻게든 동생의 결혼을 막고자 부산행 비행기에 오른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통하지 않자 얼샨은 사돈이 될 재희의 아버지, 준호(지진희)를 유혹하기로 한다.

동생의 결혼을 막으려고 사돈어른을 유혹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을 코미디로 풀어낸다. 그렇지만 무리한 설정은 공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과장되고 뻔한 패턴의 상황적 코미디는 별다른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준호는 결국 얼샨에게 마음이 동한다. 그러나 얼샨에게 집중된 카메라는 준호의 심리 변화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지 못한다. 가장 황당한 건 얼샨의 동생 이펑이 점점 결혼에 대한 의지를 잃어가는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이펑의 변심으로 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얼샨의 노력은 한순간에 무의미해진다. 재희만이 일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태도를 보이나 갈피를 못 잡는 나머지 캐릭터들 때문에 애처롭게 여겨질 뿐이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건 모든 관계가 무너져버리는 후반부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몇년 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전형적이고 허황된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청설>(2009)로 주목받은 진의함이 오지랖이 과한 누나 얼샨 역으로 산만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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