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배우로서의 자신감 - <곡성> 김환희
2016-06-10
글 : 이예지
사진 : 최성열

영화 2016 <곡성> 2012 <전국노래자랑> 2011 <파란만장>

드라마 2014 <엔젤아이즈> 2013 <최고다 이순신> 2012 <당신뿐이야> 2011 <사랑을 믿어요> 2011 <TV문학관-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2010 <조은지 패밀리> 2009 <천하무적 이평강> 2008 <불한당>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효진의 서슬 퍼런 일침에, 아비 종구(곽도원)는 물론 관객마저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곡성>의 효진은 종구에게 갈아입을 옷을 챙겨주며 “좀 씻쳐라”라고 애어른처럼 구박하기도 하고, 그가 사준 분홍핀 하나에 천진하게 좋아하기도 하는 사랑스런 딸이다. 그러나 종구 일가는 불행을 피해가지 못하고, 효진에겐 악이 깃든다. 양극단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존재감을 빛낸 배우 김환희는 2002년생으로 현재 중학교 2학년이다. ‘아역에게 정신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관객의 걱정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생기발랄하게 노파심 어린 말들을 단번에 일축했다. “힘들지 않았냐고? 전혀. 원체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감독님은 모든 게 다 연기라는 걸 끊임없이 인식시켜줬고, 끝나자마자 본연의 학교 생활로 돌아갔다. (웃음)”

나홍진 감독은 촬영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이던 그녀에게 시나리오를 쉽게 설명해줬다. “효진의 입장에서 <곡성>은 부성애가 주제인 영화다. 감독님은 아빠가 효진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외지인 집에 갔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난 거라고 말해주셨다.” 실제 아빠와 더없이 사이좋은 장녀인 김환희는 그 심정에 십분 공감했고, 현장에선 배우 곽도원을 아빠라고 부르며 따랐다.

효진 연기의 관건은 “아빠를 사랑한 평범한 소녀였던 효진이 악에 빙의되고, 점점 절정에 치닫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나 감독은 효진의 변화를 그래프로 설명했고, 김환희는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약속된 동선을 연기했다. “6개월간 근력과 유연성을 길렀고, 빙의된 사람들의 동영상과 요가 자세 등을 참고해 만든 동작들을 연습했다.” 박재인 안무가가 “어머니, 환희가 배우 안 하면 리듬체조 시키세요”라고 할 정도로 타고난 유연성으로 어떤 동작도 수월하게 해낸 그녀다. “가장 힘들었던 굿 장면에서는 감독님이 힘들면 다음날 하자고 하시더라. 그런데 내일이면 다시 이 감정을 끌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냥 지금 마저 하자고 했다.” 고된 현장에서 그녀를 지탱한 것은 나 감독의 “너는 아역배우가 아닌 배우”라는 말이었다.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를 하라고 해주신 덕에,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 죽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

김환희는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00만 파티 때, 감독님이 나와 촬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울컥했다. 나 또한 영광이다.” 6살 때 드라마 <불한당>으로 데뷔한 그녀는 벌써 많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지만, 공부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모범생이다. “중학교 들어오니 난이도가 높아져 1시간만 수업을 안 들으면 차이가 확 나버리는데, 혼자 문제집을 풀며 따라잡으려 한다.” 어머니의 귀띔에 의하면, “키가 작아 1번이지만 공부는 반에서 4, 5등은 한다”니, 이 조약돌처럼 여물고 야무진 아이의 열성을 알 만하다. 어떤 역할이든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김환희의 꿈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급식을 배식 받을 때 아주머니들께 감사하다고 매일 인사를 하니, 친구들이 따라하기 시작하더라. 그런 긍정적 영향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제 14살, 앞으로의 삶에서 ‘뭣이 중헌지’ 그녀는 벌써 다 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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