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마사(안나 켄드릭)는 우연히 만난 남자, ‘미스터 라잇’(샘 록웰)과 대책 없는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미스터 라잇이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전문 킬러라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 라잇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마사는 혼란에 빠지고, 미스터 라잇과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도 되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복잡한 사건에 연루돼 위험한 상황에 처한 미스터 라잇 앞에 정체를 숨긴 남자, 호퍼(팀 로스)가 등장하고, 쫓고 쫓기는 둘의 관계는 서서히 비밀을 드러낸다.
‘복합 장르’가 무엇인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영화가 과연 또 있을까? <미스터 라잇>은 영화 설명 그대로 ‘액션, 코미디, 멜로, 로맨스’가 울퉁불퉁 뒤섞인 영화다. 실연당한 마사가 슬픔을 잊기 위해 친구와 술을 진탕 퍼마시거나, 고양이 가게에 가서 엉뚱하게 위안을 찾으려는 초반 에피소드들은 전형적인 ‘코믹 로맨스’의 설정을 그대로 답습한다. 미스터 라잇과 그를 쫓는 호퍼의 추격전은 액션 장르를, 미스터 라잇과 마사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여가는 과정은 멜로 장르를 변주해 진행된다. 이같이 여러 장르를 한편의 영화 안에 밀어넣은 덕분에 영화는 일일이 붙잡고 설명할 필요 없이 빠른 속도로 척척 건너뛰며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엉뚱함이 가미된 마사-미스터 라잇 커플의 후반 ‘기행’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똑같은 이유로 영화가 다소 산만해진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여러 장르를 모두 아우르다보니 각각의 장르가 가진 매력들이 충분하게 배어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킬러와 사랑에 빠지는 마사의 ‘똘끼’도 어딘가 심심하고, 냉혈한 킬러 미스터 라잇과 미스터리한 남자 호퍼, 그리고 어리숙함을 가미한 갱단과의 엎치락뒤치락 추격전 역시 무언가 밋밋하다. 그래서인지 톡톡 튀는 매력으로 영화 내내 분주하게 활약하는 안나 켄드릭과 많지 않은 비중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팀 로스의 선전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