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상황을 비트는 코미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2016-06-15
글 : 김수빈 (객원기자)

한때 모범 경찰이었던 필재(김명민)는 현장 경험과 인맥을 활용하며 법조계 브로커로 이름을 날린다. 동료 형사 용수(박혁권) 때문에 경찰복을 벗어야 했던 그는 삶을 한순간에 망가뜨린 용수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어느 날, 필재 앞으로 편지 한통이 날아든다. 발신인은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가해자이자 사형수로 복역 중인 순태(김상호). 순태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필재에게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 간청한다.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용수였다는 사실을 안 필재는 사건 기록과 연루된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복수를 위해 진실을 파헤친다. 결국 필재는 사건에 얽힌 용수의 비리를 밝혀내지만 숨겨져 있던 더 큰 진실과 마주한다.

대기업과 비리 검•경이 안팎으로 연루된 살인사건을 형사 출신 주인공이 파헤치는 과정을 담는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단 범인을 제대로 검거해 응징하는 데 초점을 둔다. 통상 이같은 장르물이 내놓는 익숙한 결론들을 예상해볼 때 결국 재미를 쌓아올리는 건 주인공과 범인의 팽팽한 대결이다. 하지만 그 패턴이 단조롭게 반복돼 흥미를 끝까지 견인하지 못한다. 범인이 폭력과 살인을 휘두르며 전능한 능력을 바탕으로 주인공을 위협한다면 주인공은 앞뒤 안 가리고 몸으로 맞대응하며 운 좋게 위기를 피하는 식이다. 일직선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주인공은 영웅적으로 미화된 나머지 별다른 개성을 찾을 수 없다.

작은 대사의 알리바이 하나를 설정하는 데에도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단서는 그리 짜임새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 일기나 녹취 같은 기록에 기댄 정보가 많고 귀한 자료들은 허무하게 오간다. 단순하게 축조된 선과 악의 구도를 바탕으로 캐릭터들의 성격은 양극단으로 형성된다.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이 거대한 부와 권력에 매수돼 있어 그들의 커넥션만으로 많은 것들이 해결돼버린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상황을 비트는 코미디다. 급박한 상황, 심지어 대립의 극점에서도 예상치 못한 코미디를 배치해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들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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