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자아의 균열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저스트 짐>
2016-06-15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춘기 소년 짐(크레이그 로버츠)은 외롭다. 한때 게임을 함께하던 친구 마이클도 어떤 연유에선지 더이상 짐의 집에 놀러오지 않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영화관에서 홀로 누아르영화를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짐의 소망은 누군가와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멋진 차를 탄 근사한 외모의 미국인 청년이 찾아온다. 자신을 딘(에밀 허시)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짐에게 왕따에서 벗어날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접근한다.

<저스트 짐>은 영락없이 <파이트 클럽>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파이트 클럽>에서 타일러(브래드 피트)가 잭(에드워드 노튼)에게 그랬듯, <저스트 짐>에서 딘은 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존재다. 하지만 이들의 달콤한 동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이 동경하던 존재가 스스로의 삶에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이미 게임의 판세는 기울기 마련이다. 짐에게 자신의 행동과 외모를 닮아가길 권하던 딘은 어느새 짐의 보금자리마저 위협한다. 자아를 사수하려는 짐의 노력이 이어지는 <저스트 짐>의 후반부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성격을 띤다.

감독과 각본, 주연을 겸한 크레이그 로버츠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영화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분신>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더블>에 출연했던 그는, 자아의 균열과 공포에 대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저스트 짐>을 통해 보여준다. 몇몇 작위적인 설정이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초현실적인 미장센과 불균질한 영화의 리듬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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