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11살 소녀 선(최수인)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교실 앞을 서성이던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금방 단짝이 된 두 사람은 방학 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자 지아의 태도가 다시 달라진다. 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아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보라(이서연)를 따라 선을 밀어낸다. 상처를 품은 두 소녀가 질투와 두려움에 서로의 비밀을 발설하기 시작하자 관계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막연한 동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은 사실 누구나 겪어온 관계의 어려움을 새삼 되돌아보는 영화다. 아직 진심을 능숙하게 감추지 못하는 소녀들은 질투, 부러움, 공포, 미안함 등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표면적으로는 순수했던 그 시절에 대한 회상처럼 보이는 사건들은 우리가 억눌러온 진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효과적인 장치인 셈이다. 진짜를 걷어올린 서사도 흥미롭지만 이를 담아낸 방식에 더욱 눈길이 간다. 현란한 기교에 의지한 자기과시의 카메라 대신 소녀들의 표정과 감정에 집중해 신뢰를 더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클로즈업으로 일관된 카메라는 오롯이 소녀에게 관심을 쏟는 감정의 클로즈업이라 할 만하다. 물론 이런 연출이 가능한 건 아역들의 탁월한 존재감이다. 작위적인 연기가 아닌 상황에 대한 솔직한 반응에 가까운데 90분 내내 작품을 이끌어가면서도 느슨한 구석 없이 꽉 채워진다. 담백한 이야기, 과시 없는 연출, 정직한 카메라, 연기 아닌 연기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