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영국,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두 남자가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신입생 해럴드(벤 크로스)는 사회적 성공을 바라지만 유대인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는 달리기에 강박적으로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한편 선교사를 꿈꾸는 독실한 기독교인 에릭(이언 찰슨)은 곧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지만 달리기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빠른 다리를 허락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더욱 빨리 달리기 위해 훈련을 거듭한다. 그리고 1924년, 육상인에게 꿈의 무대인 파리올림픽이 다가온다.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휴 허드슨 감독의 1981년작 <불의 전차>는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목표에 집착하는 두 주인공의 대조적인 모습이 흥미를 주는 작품이다. 유대인으로서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는 해럴드와 개인적 욕망과 종교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에릭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인물들이지만 이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땀 흘리는 모습이 번갈아가며 등장할 때 극의 재미와 주제의 깊이는 더욱 잘 전달된다. 달리기라는 공통의 소재가 두 사람이 가진 각자의 고민과 인간적 약점을 훨씬 선명히 부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불의 전차>는 단순히 굳센 의지와 노력을 찬미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들이 가진 내면의 복잡한 갈등과 나약함까지 꾸밈없이 형상화한다. 35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여전히 관객에게 어떤 생각 거리를 안겨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