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억은 순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6월29일 재개봉하는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디샤넬 주연의 <500일의 썸머> 이야기다. 이 영화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톰(조셉 고든 레빗)이 사랑따윈 믿지 않는 썸머(주이 디샤넬)와의 500일을 추억하는 형식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303일째, 105일째, 1일째 이렇게 두서 없이 마구잡이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열된다. 영화 속 형식을 빌어 <500일의 썸머>에서 정말 눈을 정말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소한 재미를 찾아보자.
DAY -2555일쯤?
영화에서 내레이터는 썸머에 대해 설명하면서 ‘썸머 효과’를 언급한다. 썸머가 매력적인 여자라는 게 핵심이다. 그 썸머 효과 중에 는 썸머가 대학 때 아르바이트 했던 아이스크림 가게의 매출이 엄청 늘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썸머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회상 장면을 정어엉엉엉말 유심히 보면 줄을 선 톰의 뒤통수를 볼 수 있다.
DAY 1~500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눈치챘을 지도 모르겠다. <500일의 썸머>는 전반적으로 푸른 색조를 띤다. 이건 주이 디샤넬의 눈 색깔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블로그 페이지에 첨부된 사진을 유심히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거다.
DAY 0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하기 전 “본 영화는 허구이고, 생존 혹은 사망한 사람과 어떤 유사점이 있더라도 완전히 우연입니다. 특히 너 제니 벡맨. 나쁜년.”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감이 오지 않나. 영화의 공동 작가인 스콧 뉴스타드터가 DVD 코멘터리에서 자백했다. 75% 정도 실화라고 말했다. 흐음. 영화의 디테일을 보면 100%에 가까워 보인다. 작가를 톰에 대입하면 자기 스스로 연애 못하는 ‘찐따’라고 고백한 셈.
DAY 1
영화 속 타임라인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알려주겠다. 영화 속 내레이터는 톰이 썸머를 2006년 1월8일에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썸머와 헤어진 톰은 다음해 5월23일 새로운 여자 오우텀(Autumn)을 만난다. 딱 500일이 지났을 때다. 나름 철저히 계산해서 나온 제목 인증.
DAY 4
<500일의 썸머>는 영화 속 음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톰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썸머가 자신이 듣고 있던 영국 밴드 더 스미스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톰의 어린 여동생(클로이 모레츠)이 그딴걸로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클로이 모레츠가 연기한 레이첼은 톰에게 가장 적절한 충고를 해주는 대상이다. 어쨌든 톰은 브리티시 팝뮤직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톰은 조이 디비전과 클래시의 음반 커버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나온다.
DAY 11
톰과 여동생 레이첼이 ‘닌텐도 위’를 플레이하는 장면이 11일째 나온다. 계산해보면 11일째날은 2006년 1월18일이 되는데 닌텐도 위는 2006년 11월19일에 출시됐다. 시제품을 어떻게 구했을지도 모르지.
DAY 22
22일째 월요일,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무실에 출근했다. 27일째 역시 모든 사람들이 출근했다. 그런데 이날은 토요일이다. 미국에서 주5일 근무를 실시하기 전이었을까.
DAY 290
썸머는 톰과 290일째 헤어졌다. 그리고 476일째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대략 186일 만에 결혼한 것이다. 썸머가 “나쁜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될까. 영화를 보고 판단해보시길.
DAY 303
영화의 종반부. 영화 속 내레이터는 500일이 되는 마지막 날이 2007년 5월23일라고 했다. 그런데 303일째 썸머가 톰에게 보낸 이메일의 날짜는 2008년 5월7일이다.
DAY 408
영화를 본 팬들 가운데서는 톰과 썸머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을 톰의 상상 장면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그게 맞다면 408일째 썸머의 파티에 갔던 톰이 둘이 만난 마지막 날이다. 이 장면에서 썸머는 처음에 웨지힐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둘이 헤어질 때는 플랫 샌들을 신고 있다. 주이 디샤넬은 플랫 슈즈가 더 잘 어을리긴 한다.
DAY 450
톰과 썸머는 자신들의 관계를 섹스 피스톨즈의 보컬 시드 비셔스와 그의 연인 낸시 스펑겐의 관계와 비교한다. 톰이 시드가 낸시를 일곱번 칼로 찔렀다고 했지만 실제로 한번밖에 찌르지 않았다.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감독은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디샤넬이 영화 속 대사처럼 남녀가 바뀐 시드와 낸시를 연기한 3분 가량의 단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날 장면에서는 더스틴 호프만, 캐서린 로스 주연의 <졸업>을 두 사람이 함께 본다. 썸머는 펑펑 울고 톰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리이터는 톰이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된 이유가 어릴 때 본 <졸업>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00일의 썸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관객은 <졸업>을 미리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