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성애와 부성애의 이면 <헝그리 하트>
2016-06-29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진 주드(애덤 드라이버)와 미나(알바 로르와처)는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면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뱃속의 아이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현대 문명, 특히 의학을 극단적으로 불신하는 미나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감기약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갓 태어난 아들에게까지 채식을 시키는 모습을 보며 주드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이탈리아의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이 연출한 <헝그리 하트>는 모/부성애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과감한 시도가 흥미를 끄는 작품이다. 특히 자식을 ‘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감기약과 육류, 심지어 휴대폰 전파마저 차단하는 미나의 강박적인 집착은 영화 전반에 걸쳐 여러 번 소름 돋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주드, 또한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또 한명의 어머니 앤의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즉 각자의 모/부성애 앞에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을 가진 인물들의 팽팽한 긴장이 <헝그리 하트>의 가장 큰 개성인 셈이다.

이때 단연 눈에 띄는 건 그 긴장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한 애덤 드라이버와 알바 로르와처이다. 이 영화로 2014년 베니스국제영화제 남녀 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기도 한 두 배우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쉽게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 절제된 연기로 영화의 완급을 조절한다. 특히 정상의 규범을 벗어난 인물을 연기한 알바 로르와처는 자식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를 향한 파괴적 강박이 기묘하게 뒤섞인 회색 지역을 탁월하게 형상화하며 영화의 주제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낸다.

비록 후반부에 잇따라 등장하는 충격적인 전개에 방점을 찍느라 결정적인 순간 세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헐거워진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상 상태에 놓인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모/부성애의 신화적 위치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만으로도 <헝그리 하트>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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