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찾고 1년이 흘렀다. 말린(앨버트 브룩스), 니모(헤이든 롤렌스) 부자와 그들의 가족 같은 친구 도리(엘런 디제너러스)는 산호초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심각한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도리는 어느 날 빠르게 지나가는 가오리떼를 보고 부모에게서 급물살 훈련을 받던 기억을 떠올린다. ‘캘리포니아 모로베이의 보석’이라는 지명을 비롯해 고향과 가족에 관한 기억들도 불쑥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름도, 모습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부모가 어디선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한 도리는 그들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픔이 뭔지 아는 말린 부자는 두말없이 도리를 따라나선다.
<니모를 찾아서>(2003)에서 말린과 니모가 재회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도리 덕이다. 이 무모하고 긍정적인 물고기 덕에 근심 많은 주인공이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었다. 속편의 주인공은 영화에 끊임없이 밝은 기운을 불어넣던 도리의 몫이 됐다.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돌던 도리의 숨겨진 가족사가 <도리를 찾아서>의 주된 소재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과 함께 도리의 어릴 적 모습도 함께 플래시백으로 그려진다. 배경이 되는 공간은 먼바다의 산호초, 바다생물연구소, 아쿠아리움으로 반경이 더 넓어졌다. 자연스레 도리를 돕는 해양생물 캐릭터들도 새로 꾸려졌다. 시력이 나빠서 자주 벽에 부딪히는 고래상어, 자신의 음파탐지 능력을 불신하는 벨루가 고래, 위장술에 능한 문어 등 해양동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의 개성은 한층 두터워졌다.
주체가 달라졌지만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별과 재회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는 도리가 살아나갈 수 있도록 삶의 기본기를 정성 들여 가르치던 부모의 애정이 곧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등 시리즈 특유의 뭉클한 정서는 여전하다. 덧붙여 <도리를 찾아서>에서는 도리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도 함께 그려진다. 물의 투명도나 물살을 비롯해 해저를 표현하는 작화는 한층 세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