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바스터즈 : 덜 거친 녀석들 <미친개들>
2016-07-06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미친개들>

3인조 은행 강도가 거액이 든 돈가방을 들고 도주 중이다. 경찰에 쫓기던 이들은 급한 나머지 원래 계획에 없던 인질을 잡고 만다. 그렇게 한 젊은 여인(비에르지니 르도엔)과 중년 남자(램버트 윌슨), 그리고 남자의 어린 딸은 강도들과 같은 차에 탄 채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간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실이 곧 밝혀진다. 인질로 잡힌 남자는 지금 어린 딸의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자신들을 놓아줄 것을 부탁하지만 강도들 역시 인질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 안에는 강도들과 인질 사이 팽팽한 긴장이 발생하고 이야기 역시 예측하기 힘든 전개로 접어든다.

프랑스의 에릭 하네조 감독이 연출한 <미친개들>은 마리오 바바, 람베르토 바바 감독이 1974년에 만든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작품의 기본 설정과 전개는 원작의 많은 부분을 따르고 있다. <미친개들>의 재미 역시 원작의 기본 설정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특히 차 안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강도와 인질 사이의 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극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성격이 다른 강도들 사이의 신경전이나 아픈 딸을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아버지의 절실한 심정 같은 요소를 더하면서 감독은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또한 원작에는 없던 에피소드까지 과감히 추가함으로써 1974년의 <미친개들>을 본 관객도 2015년의 <미친개들>을 새롭게 즐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와 각 에피소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어떻게든 강도로부터 벗어나려는 인질들과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도들의 대립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그리고 돌발적인 상황을 제시하면서 긴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개연성을 생략해버린 거친 연출도 아쉬움을 남긴다. 현대적인 감각을 통해 새 옷을 입은 <미친개들>은 그렇게 관객에게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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