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각국의 박스오피스를 달군 30편의 영화가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모인다.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 10개국의 2015년 박스오피스 상위 1∼3위에 해당하는 자국영화를 상영하는 ‘베스트 오브 아시아’ 특별전을 통해서다. 미지의 영화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부상하는 아시아 영화시장의 경향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다. 아시아 관객의 사랑을 받고 부천에 당도한 30편의 리스트를 소개한다.
박스오피스를 기준으로 삼은 만큼 눈에 익은 작품이 꽤 있다. 한국 작품 중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최동훈 감독의 <암살>,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모두 지난해 하반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끌어낸 흥행작이다. 중국에선 아기 요괴 우바와 요괴 사냥꾼들의 모험을 다룬 실사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 귀기 서린 무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굴담 <심용결>, <인재경도>와 <로스트 인 타일랜드>에 이은 서쟁표 코미디 <로스트 인 홍콩>이 선정됐다. 일본의 흥행 1위작도 요괴와 모험을 키워드로 하는,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이다. 괴물과 인간의 우정을 다룬 호소다 마모루표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 의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법정극 <히어로2>가 뒤를 잇는다. 홍콩에선 영춘권의 전설 엽문과 일대종사를 꿈꾸는 장천지의 대결을 다룬 <엽문3: 최후의 대결>,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해내려 분투했던 선생의 실화를 다루는 <리틀 빅 마스터>, 주윤발의 액션 코미디 <도성풍운2>가 꼽혔다. 학창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청춘물 <나의 소녀시대>는 대만 박스오피스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고, 혼인을 매개로 양안 관계의 현실을 그려낸 <대희임문>, 대만의 괴담을 소재로 한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가 뒤를 이으며 부천의 스크린에 걸린다.
동남아 5개국의 영화들은 비교적 낯선 이름들로 채워져 있다. 타이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국왕으로 꼽히는 나레수안 왕의 전기영화 <킹 나레수안 일대기>, 타이영화의 기대주 나와폴 탐롱라타나릿 감독의 로맨스물 <괜찮아요? 프리랜서>, 평범하지만 비밀스러운 소녀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메이 후?>가 특별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원 모어 챈스>의 주인공 포포이와 바사의 두 번째 만남과 사연을 다룬 <세컨 챈스>, 미인대회에 잠입한 경찰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미녀와 야수>, 필리핀발 <로미오와 줄리엣>, <마이 베베 러브>가 필리핀 박스오피스를 흔들고 역시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베트남영화들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수상한 그녀>의 베트남 리메이크 버전인 <내가 니 할매다>, 제작을 시작으로 프로덕션 관리, 마케팅까지 한국과 합작한 <마이가 결정할게2>를 비롯해 베트남 시골을 배경으로 한 형제의 성장드라마 <초록 들판의 노란 꽃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마약 수사로 얽힌 두 경찰의 유쾌한 버디무디 <폴리스 에보>, 평범한 남자의 백만장자 체험담을 그린 <마이 파파 리치>, 가짜 연인 행세로 곤욕을 치르는 남녀의 사연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결혼이야기>는 말레이시아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영화로는 결혼과 육아, 일에 관한 여성의 고민을 담은 <컬러 오브 러브>, 코미디언으로 위장한 비밀요원 8명의 이야기를 담은 <카지노의 왕들 파트1>, 연애에 서툰 남자가 짝사랑에 도전하는 코미디 <싱글>이 상영작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