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의 죄책감이 부른 괴담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2016-07-20
글 : 정지혜 (객원기자)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대만의 오랜 괴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마신자’ 혹은 ‘빨간 옷 소녀’라 불리는 괴담의 주인공은 붉은빛을 띤 아이 혹은 원숭이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 이 형상은 사람의 죄책감을 이용해 정신을 현혹시키고 영혼을 빼앗는다. 영화 속 마을 사람들에게 괴담은 현실이 돼간다. 허쯔웨이(황하)가 여자친구 션이쥔(허위녕)에게 청혼하던 날, 그의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가 실종된다. 곧이어 허쯔웨이까지 실종된다. 그의 집에 간 션이쥔은 허쯔웨이가 벌레들을 우걱우걱 씹어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션이쥔의 꿈일 뿐이고 그런 꿈들이 계속된다. 결국 허쯔웨이를 찾아 산속으로 간 션이쥔은 그곳에서 마신자의 환상에 사로잡힌다.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둘렀지만 장르영화의 쾌감보다는 드라마성이 더 강하다. 인간의 죄책감이 부른 괴담을 가족 연쇄 실종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사실상 이 영화가 주목하는 죄책감은 자신의 선택 때문에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한 채 죽은 아이에 대한 션이쥔의 그것에 쏠려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머니 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션이쥔은 마신자 앞에서 사죄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허쯔웨이의 죄책감 역시도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혈연에 대한 죄스러움이 중심 서사다. 여성이 갖는 죄의식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기보다는 공포를 조장해가는 장치로만 쓴 점은 큰 흠결이다. 나방을 닮은 마신자의 기괴한 형체나 그것이 내는 소리 등의 장치가 서사와 조응하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다는 것도 공포영화로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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