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전쟁에 대한 폭로가 아닌 질문의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2016-07-20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아이 인 더 스카이>

새벽 4시15분. 홀연히 잠에서 깨어난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잠옷 바람으로 작업실로 직행해 컴퓨터를 켠다. 이른 새벽 울리는 불길한 이메일 알림 소리. 케냐에서 정보원 활동을 하던 안와르가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조직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식이다. 런던 상설 합동사령부에는 왜가리 작전이 발령된다. 이 작전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영국, 미국, 케냐 3국의 든든한 공조관계가 있다. 케냐 현지에 파견된 파라(바크하드 압디)는 드론 조종을 통해 조직의 은신처 내부를 촬영한다. 파월 대령과 벤슨 장군(앨런 릭먼)을 필두로 한 수뇌부들은 이를 바탕으로 작전을 변경하거나 확정해 명령하고, 미국의 와츠 중위(에런 폴)는 이에 따라 작전을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사항을 알 리 없는 케냐 현지 주민들의 일상은 전과 다름없이 시작된다. 부모와 함께 사는 소녀 알리아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색색의 훌라후프에 신이 난다.

‘전쟁에선 진실이 최초의 희생자다.’ 영화는 고대 그리스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렇다고 영화의 초점이 전쟁 과정에서 은폐된 진실과 그에 대한 폭로로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폭로가 아닌 질문의 영화이며 이때 질문은 전쟁보다 커 보인다. 이를테면 작전 수행과정에서 한 아이를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자살폭탄 테러로 80명의 쇼핑객을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은 마이크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제기하고 정리한 공리주의에 관한 질문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 질문이 중요해지는 건 그 아래 드론 촬영 등으로 전쟁의 양상이 시각화된 것에 대한 이중적 시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직접 살을 맞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버튼 하나로 타인의 생사를 결정하게 되면서 자칫 비인간적인 살상이 빈번하게 자행될 것 같지만, 드론 촬영을 통해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서 그만큼 보이는 대상에 감화할 가능성도 높지 않겠냐는 것이 영화가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갱스터 초치> <렌디션> 등 전쟁과 범죄에 관한 리얼리티의 세계에서 <엔더스 게임> 등 판타지 세계로 방향을 틀었던 개빈 후드 감독은 <아이 인 더 스카이>에 이르러 두 세계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