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도토리를 쫓아갔을 뿐인데….” 이번에도 시작은 다람쥐 스크랫이다. 굴러간 도토리를 정신없이 쫓던 스크랫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빙하 밑에 숨겨져 있던 우주선을 작동시킨다. 좌충우돌 떠도는 스크랫의 우주선은 행성들을 교란시키고, 결국 커다란 운석 하나를 지구로 날려보내게 된다. 한편 운석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지구는 평온하기만 하다. 남자친구 줄리안과의 결혼을 꿈꾸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피치스와 그런 딸이 섭섭하기만 한 아빠 매머드 매니, 2세를 계획 중인 검치호랑이 디에고와 쉬라, 어리숙한 나무늘보 시드. 여전한 그들이다. 하지만 땅속 공룡 세계에 살고 있던 족제비 벅은 우연히 석판 속 비밀을 발견하고 지구를 멸망시킬 거대 운석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이들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운석을 막아내야 한다.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아이스 에이지>이다. 2002년 1편의 흥행 성공으로 속편에 속편을 거듭하다 14년 만에 마지막에 도착한 셈이다. 성공한 애니메이션의 속편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어떻게 인기를 얻었던 캐릭터들을 그대로 끌고 가면서 새로움을 줄 것인가가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4편에서 ‘대륙 이동설’을 생각해냈던 마이크 트메이어 감독이 이번엔 ‘우주 탄생의 기원’까지 끌어들인다. 하지만 도토리를 쫓는 스크랫의 작은 행동이 가져온 ‘나비 효과’의 예상치 못한 재미를 즐기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지구의 미래를 예언하는 석판을 찾아 동물들을 이끌고 이동하는 벅의 에피소드는 십계명을 받은 후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하던 모세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엉성하게 모티브만 따왔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의 매력도 전편에 비하면 심심한 수준에 그친다. 운석으로 이루어진 신비의 세계 ‘지오토피아’나 그 안에 살고 있는 미모의 나무늘보 브룩, 요가 마스터 샹그리라마의 이미지는 3D 효과와 시너지를 거두며 충분히 즐길 만하지만 밋밋한 캐릭터와 뻔한 설정이 발목을 잡는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