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주세요”라고,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말썽인 영화제에 최근 복귀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말했다. 지난 7월7일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식에서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자문위원장이기도 한 김동호 위원장의 그 말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다이빙벨>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에 그 박수 소리가 다들 통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예술감독은 바로 20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초대 프로그래머이자 실질적인 산파나 다름없었던 김홍준 교수다.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로 해촉됐던 그가 올해 20회를 맞이한 부천영화제 개막식 때 공로상을 수상했다.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올해 초 최용배 신임 집행위원장이 취임하고, 당시 영화제를 떠났던 김영덕 프로그래머가 12년 만에 복직하고, 또 지난 6월 정지영 감독이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부천의 첫 번째 약속 중 하나가 이른바 ‘과거사 청산’이었다.
김만수 부천시장의 통 큰 결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1월 새로 조직위원회를 꾸리면서 그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며(이 말을 하도 많이 듣고 써서 마치 오래된 속담처럼 느껴진다) 명예조직위원장의 자리로 물러났기에 정지영 감독이 영화제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2004년 김홍준 당시 집행위원장의 부적절한 해촉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만수 시장은 2010년 당선된 이래 꾸준히 영화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왔고, 조직위원 구성을 대부부 영화인들로 꾸릴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고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올해 초 1월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주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영화계 공동대응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가 열렸을 때 그가 최용배 집행위원장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일이다. 임권택, 김동호, 이장호, 이춘연 등 한국영화계의 신구 영화인들이 왁자지껄 모인 ‘그런’ 자리에서 ‘그런’ 사람을 본 것이 진정 의외였다. 어쩌면 영화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 있기에 함께했을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그런’ 자리에서 봤다는 얘기는 여태 들어보지 못했다. 또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이빙벨>이 특별 무료 상영된다. 이상호 감독이 해외영화제 출품을 위해 다시 매만진 확장판이라고 한다. 영화제 홈페이지 상영정보에는 마치 부산을 겨냥한 듯 다음과 같은 글이 더해져 있다. “세월호 사건의 직접이해 당사자가 아닌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해당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영화제에 부당한 압력을 넣은 행위는 매우 잘못되었다.”
<씨네21>은 올해도 부천영화제에 공식 데일리로 참여한다. 개막 당일 배포된 데일리 1호의 주인공은 바로 정지영 조직위원장과 최용배 집행위원장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윤혜지 기자에 따르면 사진 촬영을 맡은 오계옥 사진기자가 <씨네21>의 김우빈, 이종석 화보 샘플을 보여주며 각자 김우빈과 이종석으로 생각하라고 했다는데, 더이상의 논평은 자제하겠다. 직접 확인하시길. 아무튼 <씨네21>의 프로마감러 이화정, 송경원, 윤혜지 기자와 김수빈, 김은솔, 이호준 객원기자가 영화제 기간 동안 부천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영화제도 데일리도 많이 응원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