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슬럼버>2015<아델라인: 멈춰진 시간>2014<크루얼&언유주얼>2013<내게 날개가 있다면>2012<그레이브 인카운터2>2012<루퍼스>2012<주다스 키스>2010<디어 미스터 게이시>2010<퍼시 잭슨과 번개도둑>2007<트릭 오어 트릿> TV시리즈 2014<원 헌드레드>2013<베이츠 모텔>2012<컨티넘>2011<킬링>
날렵하게 쭉 뻗은 콧날이 강하고 빈틈없는 인상을 안긴다. 거기에 창백한 피부까지 더해져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나 악역에 제격일 거란 생각도 든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역시나 어둡고 악한 편에 자주 서는 리처드 하먼을 만날 수 있다. 스스로 진정한 데뷔작이라 말하는 <트릭 오어 트릿>은 공포영화였고, 유명세를 안겨준 미드 <원 헌드레드>에선 악역이었으며, 첫 주연작인 <주다스 키스>와 <그레이브 인카운터2>에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위험한 거래를 선뜻 받아들이는 인물을 연기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류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공포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2>에서 리처드 하먼은 공포영화광이자 공포영화 연출에 야심이 큰 알렉스로 등장한다. 알렉스는 전편 <그레이브 인카운터>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데 집착해 친구들을 의도치 않게 사지로 내몬다. 흔들리는 카메라에 잡힌 리처드 하먼의 클로즈업된 얼굴은 때론 확신에 차 있고 때론 미세하게 동요한다. 짙은 눈썹 아래 자리한 깊고 커다란 눈동자는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한다. 그 솔직한 눈빛이 매번 리처드 하먼을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그는 감독 아버지와 프로듀서 어머니, 연기하는 누나까지 둔 덕에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내게 날개가 있다면>에서 앞 못보는 달리기 선수 알렉스를 연기하며 호평받았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 리처드 하먼의 아버지이고 프로듀서가 어머니이며 누나 또한 조연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리처드 하먼은 이렇게 말한다. “연기 경력 초기엔 ‘네 아버지가 감독이니까 덕 좀 보겠지’ 하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 오해를 깨부수기 위해서, 이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연기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이토록 빽빽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스스로 워커홀릭이라 칭할 정도니, 앞으로 더 자주 그를 만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