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들의 불우한 성장담 <깡치>
2016-07-27
글 : 김수빈 (객원기자)
<깡치>

고등학생 형수(손우혁)는 마음 둘 데가 없다. 새로운 가정을 일구고 사는 엄마는 자꾸만 찾아오는 형수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함께 지내는 아빠는 밤낮으로 술에 찌들어 있다. 오랫동안 유도를 해왔지만 합숙 비용을 낼 여유가 없어 이마저도 그만둔다. 어느 날, 형수는 친구 성록이 학교 일진인 진규에게 맞고 있는 걸 발견한다. 형수가 진규를 가뿐히 제압하자 학교 안팎의 싸움꾼들이 형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형수는 또래 위에 군림하는 생활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남자 고등학생의 성장담, 지역색 가득한 말투, 동성 친구들 사이에서의 서열 다툼 등 <깡치>의 많은 요소는 <친구>(2001)와 <바람>(2009)을 연상케 한다. 강도 높은 폭력 신으로 누아르의 무드를 살린다는 점에선 <친구>가, 난데없이 코믹한 상황을 배치한다는 점에선 <바람>이 떠오른다. 하지만 <깡치>는 새로운 지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할뿐더러 두 작품의 장점을 그럴듯하게 흉내내지도 못한다. 주인공의 불우한 환경, 비행과 폭력으로 점철된 일상, 오해와 배신으로 인한 파국 등 클리셰가 총동원된다. 이마저도 제대로 버무리지 못해 작품의 중심 플롯을 명확히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신과 신은 뚝뚝 끊어져 인물들의 행동에 따르는 동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하는 가운데 뜬금없이 등장하는 코미디도 어색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주연을 맡은 신예 손우혁은 가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만 시종일관 폭발하는 연기가 다소 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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