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이 7월 중순 독일에서 개봉했다. 칸영화제 기간, 영화지 <스크린>에서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황금종려상 후보로 점쳐졌지만 결국 무관에 그치고 만 영화다. 8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독일영화라 독일 현지에선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다. 그럼에도 칸의 반향은 독일로 이어지고 있다. 6월에 열린 제34회 뮌헨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토니 어드만>이 선정됐다. 독일 언론은 극찬 일색이다. “독일영화 역사의 전환점”(<디벨트>)이라거나 “독일영화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슈피겔>)며 환호하고 있다.
<토니 어드만>은 털털하고 유머 넘치는 68살 아버지와 일중독 딸 사이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는 주인공 이네스가 아버지의 도움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데, 느리면서도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 초로의 음악교사 아버지는 셔츠 앞주머니에 넣어다니는 가짜 앞니를 끼고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쓴 채 상황극을 연출하는 괴짜다. 그는 가까이 사는 노모를 돌보며 노견과 단둘이 산다. 부쿠레슈티에서 기업 컨설턴트로 일하는 딸 이네스는 30대 초반의 커리어우먼이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는 공격적인 자본주의의 끝판을 보여주는 듯하다. 효율성과 수익성이 최우선이며, 가차 없는 구조조정에 앞장선다. 노견이 죽고, 한달 일정으로 딸을 방문한 아버지는 이런 딸의 삶을 지켜보며 “너 사람 맞니?”, “행복하니?”라고 질문한다. 이에 딸은 “주제가 너무 세네요. 좀 희석시켜주세요”라고 응수한다. 집에 돌아간 줄 알았던 아버지가 갑자기 변장하고 나타나 유명 테니스 선수 이온 티리악의 코치 토니 어드만이라며 너스레를 떨자 딸은 무척 곤란해한다.
<토니 어드만>은 39살 여성감독 마렌 아데의 세번째 장편영화다. 전작 <에브리원 엘스>는 2009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