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헨리(제프리 러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크리스천(폴 슈나이더)은 16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헨리가 운영하던 목재공장이 문을 닫자 그곳에서 일하던 주민들도 갈 곳을 잃고 고향 마을은 흉흉하기만 하다. 어느 날, 크리스천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올리버(이웬 레슬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둘은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올리버는 고향에서 만난 샬롯(미란다 오토)과 결혼해 10대 딸 헤드빅을 키우며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헨리의 오랜 비밀이 드러나고, 크리스천은 잊고 있던 아픈 기억에 시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영화는 헨리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어떻게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망가뜨리는지에 집중한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듯 어둡고 음습한 헨리의 저택과 마을의 거의 유일한 일자리였던 헨리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황폐해져가는 마을 풍경이 인물들의 비밀과 뒤엉키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침울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이먼 스톤 감독은 영리하게 이 갈등 구조의 이면에 헨리를 중심으로 한 자본가계급과 올리버로 대변되는 노동자계급의 대립을 슬쩍 밀어넣는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집을 떠난 크리스천이 올리버와 어울리며 이 두 계급은 화해를 시도하는 듯 보이지만, 이들의 파국은 이미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비밀이 예정된 이야기의 결말을 기다리는 것이 긴장감보다 지루함으로 느껴지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겠지만, 영화의 마지막 5분을 보고 있으면 결국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