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하고 일련의 상황을 마무리 짓는 수순을 밟겠다던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정관을 개정해 명분을 확보했으니 영화계에서도 보이콧 선언을 철회할 것이라는 부산영화제의 기대와 달리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쪽이 보이콧 철회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 것이다.
비대위는 개정 정관에 대한 평가와 보이콧 철회 여부에 대해 소속 단체별로 토론과 논의를 거쳐 보이콧 철회 4곳(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영화마케팅사협회), 보이콧 유지 4곳(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결정 유보 1곳(여성영화인모임)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단체별 판단을 존중해가며 계속 논의를 해가기로’ 했다.
부산영화제 보이콧 철회 찬반에 대한 영화계 전반의 입장은 크게 두 갈래로 뚜렷하게 갈렸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등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결국 대부분의 단체가 회원 전원 또는 운영진의 투표로 보이콧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보이콧을 풀자는 쪽은 ‘정관 개정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정의 성과를 얻었으니 목전에 닥친 올해 영화제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미흡한 부분은 추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실리적’이라 주장했다. 이와 달리 보이콧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부산영화제 사태가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한 부산시장의 간섭에서 시작해 이용관 전 위원장을 표적으로 삼은 탄압인데 이에 대한 아무런 선결조치가 없고, 개정 정관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보기에 미흡해 어물쩍 봉합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유불리와 득실도 있을 수 있어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있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되짚어보자. 정관에 문제가 있어서 영화제가 파행을 겪었거나, 이용관 전 위원장의 개인비리가 드러나서 초래된 사태가 아니다. 모든 원인과 시발은 부산시장과 부산시의 개입과 탄압에 있다. 본말이 전도되면 제대로 된 해법을 찾기 어렵다. 부산시로 향해 있어야 할 스피커가 영화계 내부로 돌려지고, 토론을 넘어서는 날선 공방으로 반목을 초래하는 일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더욱이 부산영화제 집행부의 언행과 처신은 신중해야 한다. 자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