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나는 재즈라는 말이 싫어. 틀에 갇히는 것 같아서" <마일스>
2016-08-10
글 : 장영엽 (편집장)
<마일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는 1970년대 중반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다음 1980년대 초 다시 음악계로 복귀해 《더 맨 위드 더 혼》(1981), 《투투》(1986) 등의 음반을 발표했다. 다시 돌아온 그가 선보인 음악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일순간의 변화라기보다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인생 자체가 변화와 도전을 위한 장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재즈라는 말이 싫어. 틀에 갇히는 것 같아서”라는 영화 <마일스>의 대사처럼, 그는 전통적인 재즈에서 록사운드로, 록사운드에서 팝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배우 돈 치들이 연출과 주연을 겸한 영화 <마일스>는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반적인 일생을 다루는 영화는 아니다. 이 작품은 오히려 마일스 데이비스가 은퇴를 선언하고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춘, 그 시기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기자 데이브 브래든(이완 맥그리거)은 잠적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취를 좇던 도중 그가 발표하지 않은 미공개 음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음반을 노리는 건 데이브뿐만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라진 음반을 마일스와 함께 찾아나서게 된 데이브는 마일스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동시에 애써 묻어두려 했던 마일스의 과거가 그를 괴롭힌다.

“당신의 음악을 들으면 어디론가 떠나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음악이야, 마음의 변화.” 데이브가 묻고 마일스는 이렇게 답한다. 표면적으로는 사라진 음반을 찾는 두 사람의 동행이 영화의 주된 서사이지만, <마일스>는 결국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인물의 마음의 여정을 좇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마일스와 그의 첫 번째 아내 프랜시스 테일러의 관계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의 음악 세계보다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중·후반부는 다소 아쉽지만,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마일스와 마약으로 만신창이가 된 현재의 그가 권투장에서 마주하는 장면만큼은 이 영화의 백미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한 시기에 대한, 변증법적인 고찰이 인상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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