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과 분노의 역사 <리우 2096>
2016-08-10
글 : 윤혜지
<리우 2096>

원제는 ‘사랑과 분노의 역사’다. <리우 2096>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600년 역사를 관통하는 동안 한 남자가 겪어온 끈덕진 사랑과 투쟁에 관한 대서사시다. 영화는 레이저건에 머리를 쏘일 위험에 처한 한 남자의 회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오른 1566년, 브라질 원주민인 투피남바족의 땅 구아나바라에는 무냐신에게서 특별한 능력을 받아 부족을 구하리라는 전사 아베구아(셀튼 멜로)가 살고 있다. 아베구아는 자나이나(카밀라 피탄가)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청정 구역이었던 구아나바라에도 잔혹한 서구 문명이 난입한다. 투피남바족은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세력 다툼 사이에서 몰살당하고 자나이나를 잃은 슬픔에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진 아베구아는 새가 된다. 불사의 영혼을 지니게 된 아베구아는 그 뒤로도 육신의 삶과 죽음을 거듭하며 자나이나를 찾아 헤맨다. 두 사람은 역사에 항상 존재했던 권력의 폭압에 맞서다 죽는 운명을 되풀이한다. 1825년 마라냥에선 노예제 폐지 투쟁을 하다 사망하고, 1968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선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다 죽는다. 그리고 먼 미래인 2096년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선 물의 소유권을 놓고 거대 기업과 민간 활동가들이 싸우고 있다. 폭력의 역사를 반복하며 지쳐버린 아베구아는 어떤 경우에도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자나이나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낸다. <리우 2096>은 남녀의 운명적 사랑을 통해 브라질 역사 속 뜨거운 투쟁의 순간들을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은유한 애니메이션이다. 남미의 정열을 신화적 상상력과 결합한 아름다운 작품으로 제37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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