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하필' 듣도, 보도, 못한 녀석들에게 맡겨진 도시의 운명 <슈퍼 프렌즈>
2016-08-10
글 : 송경원
<슈퍼 프렌즈>

<서유기>는 수차례 재해석되었지만 그다지 식상하단 느낌이 없다. 워낙 탄탄한 서사이기도 하거니와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삼장법사까지 각 캐릭터의 개성이 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슈퍼 프렌즈>는 <서유기>와 로봇이란 소재를 결합해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허당기 넘치는 천재 과학자 샘은 괴짜 로봇 삼총사를 만들어낸다. 곤봉을 다루는 수다쟁이 로봇 손오공,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는 눈치백단 로봇 사오정, 힘 하나는 제일인 먹방로봇 저팔계는 테마파크 로보월드에서 서유기쇼를 공연하는 배우들이다. 어느 날 악당 오스카가 거대 로봇을 동원해 도시를 침공한다. 오스카는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해오던 시장 캐서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급기야 거대 로봇으로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를 막기 위해 로봇 삼총사는 힘을 합친다.

장르를 설명하자면 코믹 어드벤처 로봇 액션 정도가 되겠다. 캐릭터의 틀은 빌려왔지만 모험의 초점은 로봇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액션에 맞춰져 있다. 할리우드 제작진과 기술력이 투입된 만큼 영상의 완성도나 액션의 속도감, 에피소드의 짜임새가 웬만한 북미 스튜디오 작품 못지않다. 다소 식상한 이야기나 헐거운 전개 등 북미 애니메이션의 단점도 고스란히 닮았다. 악당 캐릭터나 모험 전개 방식이 기존 애니메이션들에서 익히 봐왔던 것들이라 신선하진 않지만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장한다. 특히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슬랩스틱 코미디가 모험이란 테마에 제법 어울린다. 새로움보다는 재미와 안정감에 무게가 쏠린 애니메이션, 의미 있는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