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8년 전으로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만이 없는 거리>
2016-08-17
글 : 이예지
<나만이 없는 거리>

만화가의 꿈을 꾸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토루(후지와라 다쓰야)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 그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 어느 날 한 아이가 납치될 뻔한 현장에서 시간을 돌린 사토루는 18년 전 유괴살해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진범을 알게 된 사토루의 어머니(이시다 유리코)가 살해된다.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던 사토루는 자신을 믿어주는 아이리(아리무라 가스미)와 함께 지내지만 그녀 역시 위험에 처하고, 과거 유괴사건의 진범이 현재의 자신과 주변을 위협해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18년 전 과거로 돌아가 유괴사건의 범인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몇번의 타임리프를 통해 유괴살해됐던 과거의 카요(스즈키 리오)를 구해내려 하며, 사토루는 점차 진실에 다가선다.

전형적인 타임리프 스릴러다. 주인공은 현재에 벌어진 사건을 막기 위해 타임리프하고, 과거에 벌어진 유괴살해사건과 현재에 벌어진 어머니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 뻔한 이야기인 만큼 정교할 거라는 기대를 가진다면 오산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가 디테일하게 호응하며 서로 영향관계를 주고받기보다는, 과거의 살인사건을 막으면 현재의 살인사건도 막아지는 단순한 구조다. 과거와 현재간의 연관성과 인과관계도 약하다. 18년 전 유괴당한 아이를 구한다고 현재의 범인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주인공은 과거의 아이를 구하는 데만 전념하고, 범인이 검거되지 않았음에도 아이가 구해지자 현재의 어머니는 죽음을 면한다. 또한 주인공이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희생정신과 정의감의 표현방식은 노골적이다. 진범의 정체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가운데, 악인 캐릭터는 만화적 악당의 표피만 취하고 있어 촌스러움을 더한다. 한편 현재 시간대의 아이리는 남자주인공에게 생글생글 웃어주는 것이 전부인 잉여의 캐릭터로 보인다. 미덕이 있다면 과거 아역들의 연기다. 아동학대의 피해자 카요를 연기하는 스즈키 리오의 연기는 섬세하고 직관적이다. 반면, 성인 사토루를 연기하는 후지와라 다쓰야의 둔한 연기는 영화의 답답함을 배가시킨다. 산베 게이의 원작 만화 <나만이 없는 거리>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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