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 단도직입! <부산행>이 충무로 상업영화에 좀비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접합시키기 위해 대중적인 수를 두었다면, 그 프리퀄로 포지셔닝한 <서울역>은 애초 에둘러 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노숙자가 등장하는데, 마침 그가 기거하는 곳은 ‘서울역’이다. 냄새나고 갈 곳 없는 노숙자는 이곳 서울역에서는 모두에게 ‘성가신’ 풍경일 뿐이다.
<서울역>은 좀비가 출몰한 저녁 이후 벌어진 하룻밤의 참극이다. 감염자가, 사회의 편견을 받는 서울역의 노숙자라는 설정이야말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신도시 개발이라는 ‘꿈’이 부유하는 가운데, 좀비떼의 출몰로 아비규환이 된 용산구 일대에 희망이나 연민의 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호받아야 할 시민을 모두 시위대로 간주하고 발포하는 경찰 병력의 동원은, 군사 정권 이래 지금까지 봐왔던 대한민국 공포의 현대사를 빼다박은 모습이다. 이 끔찍한 상황에서 감독이 쫓는 건 서울역 인근, 가출해서 여관에 사는 19살 혜선(심은경)이다. 남자친구는 자신을 원조교제 대상으로 삼으려 하며,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혜선에게 밝은 미래는 요원해 보인다. <서울역>에서 좀비보다 더 공포스러운 존재는 인간이다. 그 살풍경한 묘사를 통해 연상호 감독은 전작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넘어서는 대한민국의 지옥도를 보여준다. 구축된 서사가 아닌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상황극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는 한층 더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