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고스트버스터즈> 폴 페이그 감독, 배우 멜리사 매카시를 만나다
2016-08-23
글 : 김현수
<고스트버스터즈>

단지 성별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떠들썩한 주목을 받을 줄이야. 개봉을 앞둔 영화가 관심을 받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겠지만, 폴 페이그 감독의 리부트 프로젝트 <고스트버스터즈>에 쏟아진 최근의 관심은 모양새가 좀 달랐다. 여성판 리부트 전략을 매섭게 비판했던 여론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12일, 아시아 팬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미디어 행사가 열리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만난 폴 페이그 감독과 배우 멜리사 매카시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은 몇몇 오리지널 팬들의 우려와 달리 그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자신들의 유머에 화답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기자들에게 미리 보여준 10여분 분량의 클립 영상에서도 폴 페이그 감독 특유의 불편하지 않은 유머 코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스테레오타입 여비서 역할을 크리스 헴스워스가 맡는다거나, 그런 그가 고스트버스터즈 로고에 가슴을 그려넣고 좋아한다거나, 흑인 멤버 한명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자 “이게 성차별이냐, 인종차별이냐?” 라고 외치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2016년에 젠더 이슈를 장착하고 되살아난 <고스트버스터즈>는 뉴욕 한복판에 유령들이 출몰하면서 인간을 괴롭히기 시작하자 의기투합한 과학자들이 유령 퇴치 전문 용역업체를 차려 대성공을 거둔다는 원작의 플롯이 그대로 유지된다. 비과학적인 심령술 등을 다룬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내쫓기는 이공대 교수 에린(크리스틴 위그),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과학자 애비(멜리사 매카시) 등의 캐릭터 설정도 원작과 거의 같다.

다만 과거 시리즈가 흥행했던 30여년 전과 비교해 월등히 발전한 CG와 온갖 특수효과 기술을 총동원해 화려한 유령 퇴치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유령 퇴치 기술에 이용되는 장비인 프로톤팩의 성능 묘사도 확연하게 달라져 더욱 스펙터클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일례로 1984년의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들이 가만히 서서 유령을 잡았다면 2016년의 멤버들은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마치 서부영화를 방불케 하는 총격액션을 펼친다. 더 재미있는 건 유령들이 쏟아내는 끈적한 체액, ‘슬라임’을 표현하기 위해 무식하게 설탕물이나 면도 크림 따위를 길거리에 쏟아부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진공청소기 하나면 모두 흡착 가능한 특수물질을 이용해 촬영한다는 점이다. 폴 페이그 감독이 기자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준 메이킹 영상에서 이같은 촬영현장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정한 슈트 차림의 폴 페이그 감독은 이같은 촬영 기술의 변화를 비롯해 30여년의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업그레이드 요소들이 결국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했다는 것을 자신있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자신 있게 선보인 <고스트버스터즈>의 비장의 흥행 무기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멜리사 매카시였다.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게 유일한 목표다”

폴 페이그 감독, 배우 멜리사 매카시 인터뷰

-원작 시리즈에 열광하는 팬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성별 교체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폴 페이그_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리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시작했다. 하지만 편견을 갖지 말고 영화 자체로만 평가해주길 바란다.

=멜리사 매카시_ 폴 페이그 감독의 전작을 봤다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스토리텔링, 코미디, 액션 감각을 갖춘 적임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리지널 시리즈 배우들이 완성본을 보고는 재미있다고 칭찬해줬다.

-푸티지 영상을 보니 코미디영화이면서 다양한 액션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폴 페이그 훌륭한 배우들과 웃긴 영화를, 그리고 액션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 32년이나 지났으니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니까. 과거에는 프로톤건을 쏘는 것만 보여줘도 충분했다면 이제는 유령과 매달려 싸우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스파이>(2015) 수준의 스턴트와 액션을 이번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멜리사 매카시 직접 스턴트를 하기도 했다. 33층에서 떨어지는 거라든지, 반대편 건물로 날아가는 거라든지. (웃음)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새로운 ‘엑토-1’ 디자인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폴 페이그 오리지널 ‘엑토-1’ 디자인은 앰뷸런스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들은 누구보다 가난하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차량을 디자인할 때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흔하게 살 수 있는 800달러짜리 1980년형 캐딜락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실제 영구차로 쓰던 차로 제작했다.

=멜리사 매카시 그렇다. 포르셰 같은 디자인이면 감정이입이 안 될 테니까. 지금처럼 잡동사니가 붙어 있는 디자인이 맘에 든다.

-크리스 헴스워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멜리사 매카시 촬영장에 들어설 때마다 크리스 보기를 돌 같이 하자고 자기최면을 걸었다. (웃음) 농담이고, 그는 너무 착하고 재밌는 남자다. 대사도 자기 마음대로 바꾸면서 연기해 배우들이 전부 빵빵 터지곤 했다.

=폴 페이그 가끔 잘생긴 남자들이 웃긴 척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크리스는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웃긴다. (웃음)

-원작 시리즈를 보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폴 페이그 1984년 1편이 개봉했을 때 난 영화학교 졸업반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극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2시간 동안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게 전부다. 멜리사를 비롯해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자랑스럽다.

-원작 시리즈는 전부 남자가 주인공이다. 이번에는 전부 여자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한 것인가.

=폴 페이그 나는 재미있는 여자들과 일하는 게 즐겁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여배우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게 유일한 목적이었다.

사진제공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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