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위대한 뉴스를 위하여 <트루스>
2016-08-24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트루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이 한창일 무렵,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 메리(케이트 블란쳇)는 부시가 베트남전 징집을 피하기 위해 주 방위군에 ‘청탁’으로 입대하고, 복무 기간 동안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는다. 진위를 파헤치기 위해 메리는 팀원, 그리고 <CBS>의 간판 앵커 댄(로버트 레드퍼드)과 함께 증거들을 찾아나서고, 결정적인 증거와 함께 특종을 터뜨리며 주목받는다. 하지만 곧 그 증거가 거짓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을 달구기 시작하고, 메리가 좌파 편향의 오보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벼랑 끝에 몰린 메리와 팀원은 결국 진상위원회 조사까지 받게 된다.

<트루스>는 베테랑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의 회고록 <진실과 의무: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바탕으로 그녀가 겪었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스포일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야기에 반전이 있는 경우라면 이 단점은 치명적이다. <트루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언론 역사에 남을 특종이 한순간 오보로 전락하게 된다는 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드라마틱’하게 다루려 했다면 영화는 반대로 더 지루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영화 각본 작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임스 반더빌트 감독은 특종-오보간의 낙차는 덤덤하게 다루는 대신, 영리하게 모든 이야기를 주인공 메리의 개인적 사건으로 기록한다. 말하자면 그는 이 영화를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다큐멘터리’처럼 다루지 않는다. ‘특종의 결정적인 단서가 거짓일까?’가 궁금해지지만, 관객의 마음을 더 졸이게 만드는 건 혼란스러운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버텨내는 메리의 모습이다. 물론 케이트 블란쳇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전략이다. 신경쇠약 직전의 메리는 자연스레 <블루 재스민>(2013)의 ‘재스민’을 떠올리게 하지만 메리에겐 재스민에게 없는 강인함이 있다. 게다가 어느 순간 메리와 케이트 블란쳇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영화는 신비한 리얼리티를 얻는다. 특히 대기실에서 뜨개질을 하던 메리가 변호사를 만나 자신을 소개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 근사해 몇번이고 다시 보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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