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떻게 오늘 이래요? <최악의 하루>
2016-08-24
글 : 이화정
<최악의 하루>

<최악의 하루>는 서촌부터 남산까지의 이동을 고스란히 시뮬레이션하게 만드는 영화다. 연기자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서촌 연습실에서 나와 걷던 중, 길을 찾던 일본에서 온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와 만난다. 길 안내에 대한 보답으로 카페에서 차를 대접받은 그녀는 이번엔 남산으로 간다. 그곳에는 배우이자 은희의 남자친구인 현오(권율)가 일일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 현오를 기다리던 은희는 마침 그녀가 올린 SNS 게시물을 보고 은희를 찾아온 운철(이희준)을 만난다. 그와는 한달 전쯤 이별을 통고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던 참이다.

<최악의 하루>는 은희가 하루 동안 만난 세 남자를 통해 구성하는 은희 방식의 멜로드라마다. 낯선 남자와 나누는 설렘(료헤이), 오랜 관계에서 오는 익숙한 문제점(현오), 그리고 이별의 정서(운철)가 은희라는 한 여성의 감정을 통해 걸러진다. 이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은희는 용감하지도 정직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 그저 곤경에 처한 자신을 챙기려는 분투가 보일 뿐인데, 생각해보면 그간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과감하고도 주체적인 일상의 여성 캐릭터다. 지질하고 문제적인 남성들은 익숙하지만, 상대에 의해 해석되지 않은 은희의 관점이 더해진 건 이 영화가 환기하는 새로움이다. 속내를 들킨 초라한 은희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그걸 재즈 음악으로 경쾌하게 끌어올림으로써 긍정의 시선을 더한다. <조금만 더 가까이>(2010) 이후 김종관 감독이 6년 만에 연출한 장편영화. 자칫 소품으로 활용되고 말 공간에 꼭 맞는 인물과 스토리를 부여해냈다. 각각의 관계에 차이를 두지만 그걸 능숙하게 하나의 은희로 수렴해낸 배우 한예리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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