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절대로 불을 끄지 마시오 <라이트 아웃>
2016-08-24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라이트 아웃>

불을 끄면 나타나는 낯선 여인의 형상. 눈을 의심하던 주인공은 스위치 켜고 끄기를 반복하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스탠드를 켜도 아무것이 보이지 않자 안심하던 찰나, 스탠드 불빛 옆에서 얼굴을 드러낸 여인은 직접 스위치를 끈다. 영화 <라이트 아웃>은 이 강렬한 2분41초짜리 단편영화에서 시작됐다. 어둠 속 여인의 정체는 빛이 닿으면 살이 타들어가는 병을 앓는 여인 다이아나로, 유일한 친구 소피 곁에 붙어 수십년을 함께해왔다. 다이아나의 정체를 깨닫고 이에 맞서 엄마 소피와 집을 지켜내려는 남매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장편 <라이트 아웃>이 완성됐다.

이야기의 외연이 넓어졌지만 공포의 근원은 그대로다.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빛이 있다면 금세 모습을 감추지만, 빛이 꺼지는 순간 나타나 공격을 가하는 어둠 속 여인의 잠복과 출현이 극도의 긴장감을 전한다. 어둠 속 존재가 집 안 구조를 꿰고 있고 양초, 손전등 등을 비롯해 생각지도 못했던 일상의 도구들이 무기가 되는 등 기본적인 설정이 탄탄하게 짜여 있다. 제작을 맡은 제임스 완의 흔적이 영화 전반에서 드러난다. 귀신 들린 집과 사연 있는 가족, 비주얼보다는 긴장감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 집 안 곳곳을 훑는 유려한 카메라 워킹까지 <컨저링> 시리즈 등 제임스 완의 고전 호러가 떠오른다. 하지만 빛과 공포를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가능성을 제대로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결말까지 만족하긴 힘들어도 81분의 러닝타임 동안은 즐길 거리로 가득한 공포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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