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튀려 하지 않고 든든하게 받쳐주기 - <최악의 하루> 나래 음악감독
2016-08-25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최악의 하루>의 은희(한예리)는 하루 동안 걷고 또 걷는다. 그러면서 만나는 세 남자들 때문에 마음에 파문이 인다. 감정과 걷기, 그 사이에서 영화에 리듬감을 불어넣는 건 영화의 음악이다. 나래 음악감독은 리드미컬한 재즈풍의 곡을 메인 테마곡으로 잡았다. “영화를 보면 싱그러움이 전해진다. 그 서정성을 살리면서도 위트 있는 장면들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 같은 분위기의 음악을 떠올렸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중심에 두고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밴드 연주를 시도했다.”

이번 작업에 특별한 애정이 있다는 나래 음악감독은 “김종관 감독님의 섬세한 감성과 미장센을 좋아하는 팬”이라 한다. 여기에 <아카이브의 유령들> <극적인 하룻밤> <최악의 하루>에 이어 후반작업 중인 <지나가는 마음들: 더 테이블>(가제)까지 네편째 함께하는 배우 한예리에 대한 마음도 크다. “작업을 거듭할수록 극중에서 예리씨가 좀더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는 음악이 뭘까를 고민하게 되더라. (웃음)” 은희의 마음을 좇아가다보면 어느새 인물의 감정에 푹 빠져 작업하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하루> 후반에 은희가 남산에서 홀로 연극 대사를 읊는 장면이 있다. 힘든 하루를 보냈을 은희를 음악으로 다독여주고 싶었다. 그때의 음악에 좀더 귀기울여 들어봐달라.”

작곡과 실용음악 공부를 마친 나래 음악감독은 모그 음악감독이 이끄는 음악팀에 합류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영화음악과 연을 맺었다. “클래식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분야가 영화음악이더라. 영화도 좋아해 일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멜로물을 중심으로 작업해왔지만 시도해보고 싶은 건 전혀 다른 색의 ‘센’ 영화의 음악이다. “평소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다리오 마리아넬리 음악감독의 선율이 강하고 입체적인 음악에 끌렸다. 기회가 되면 액션이나 진한 스릴러물의 음악을 하고 싶다. ‘여성 음악감독이니까 그런 영화음악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거야’라는 틀을 깨고 싶다.”

최근 나래 음악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딴 ‘김나래 작곡가’라는 상호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모그 음악감독님이 먼저 공간을 하나 갖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주셨다. 이은주 음악감독(<조류인간>(2014), <마담 뺑덕>(2014) 등)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큰 힘이 돼준다.” 나래 음악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음악의 미덕은 뭘까. “음악으로 튀려고 하지 않고 영상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암벽 등반용 운동화

“신발이 너무 지저분한가? (웃음) 지난 일요일에도 암벽 타느라.” 나래 음악 감독은 암벽 등반용 운동화를 꺼내 보였다. 2년 전 처음 시작한 클라이밍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다. “계속 앉아서 음악 작업을 하다보니 몸의 에너지를 제대로 못 쓰는 것 같더라. 클라이밍이 집중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목표를 향해 가는 운동이다. 에너지를 확 쏟아낸 뒤의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작업의 힘을 얻는 확실한 방법이 여기 있었다.

영화 2016 <지나가는 마음들: 더 테이블>(가제) 2016 <최악의 하루> 2016 <패션웹필름>(가제) 2015 <사돈의 팔촌> 2015 <프랑스 영화처럼> 2015 <극적인 하룻밤> 2014 <자전거 도둑> 2014 <아카이브의 유령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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