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거울 나라의 앨리스> 런던 프레스 컨퍼런스
2016-08-30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거울 나라의 앨리스>

지난 5월8일,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코렌시아 호텔에서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보빈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팀 버튼, 배우 조니 뎁, 미아 바시코프스카, 사샤 바론 코언 등이 참가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지난 2010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한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편으로, 우연히 ‘이상한 나라’에 돌아온 앨리스(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위험에 빠진 모자 장수(조니 뎁)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을 담고 있다. 영화는 ‘여자’ 선장은 존재할 수 없던 시대, 앨리스가 고지식하고 편협한 런던 사교계에 다시 한번 환멸을 느끼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제는 나비가 된 압솔렘(앨런 릭먼)을 따라 ‘이상한 나라’에 다시 가게 된 앨리스는, 가족을 그리워하다 심하게 병든 모자 장수를 만난다. 그리고 모자 장수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그의 가족들을 다시 살리기로 한다. 시간(사사 바론 코언)이 가진 크로노스피어를 훔쳐 시간 여행에 성공한 앨리스는 모자 장수뿐 아니라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과거와도 마주한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제임스 보빈은 팀 버튼이 전작에서 보여준 화려한 색감과 기괴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더욱 화려하고 때론 몽환적인 자신만의 이상한 나라를 창조해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이상한 나라 속 모험담에는 전편만큼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는 이상한 나라의 창조주 팀 버튼이 각각의 캐릭터에 이미 부여해놓은 설정값에 대한 제임스 보빈의 연구 부족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전편에서 이미 이상한 나라에 평화를 선사한 앨리스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가 그저 아픈 모자 장수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 전편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던 모자 장수가 갑자기 가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그는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미아 바시코프스카나 조니 뎁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시간으로 분한 사샤 바론 코언이 보여준 무시무시한 존재감으로는 채울 수 없는 서사와 맥락이야말로 제임스 보빈과 팀 버튼의 차이가 아닐까.

팀 버튼, 수잔 토드(제작자), 조니 뎁, 미아 바시코프스카, 사샤 바론 코언, 제임스 보빈(왼쪽부터).

앨리스의 강인함은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

감독 제임스 보빈,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조니 뎁•사샤 바론 코언, 제작자 팀 버튼 인터뷰

영화 속 티파티 컨셉으로 꾸며진 기자 간담회장은 컵케이크들이 담긴 접시를 머리 위에 약 2초간 올려두는 데 성공한 조니 뎁 덕분에, 또한 그와 사샤 바론 코언이 주고받는 만담 형식의 유머들로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앨리스를 연기한 미아 바시코프스카, 제작자가 되어 좀더 느긋한 마음으로 기자단을 만난 팀 버튼에게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 물었다.

-제임스 보빈에게 연출을 맡기고 당신은 제작만 했다. 제임스가 감독으로서 적임자라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나.

=팀 버튼_ 음… 글쎄, 그가 하고 싶어 해서? (웃음) 사실 제임스가 이 작품에 갖고 있는 열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미 만들어놓은 세계지만 그만의 색깔을 다시 입힐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제작자가 되어 그를 도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앨리스를 이번 영화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묘사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임스 보빈_ 앨리스의 강인함은 많은 영화들이 따르는 일종의 전통이다. 비단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루이스 캐럴의 원작 소설 속 앨리스 역시 전통적인 여성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의 여성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팀 버튼이 세운 ‘이상한 나라’에 입장한 소감이 어땠나. 그 안에서 어떻게 변주를 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제임스 보빈 우선 팀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나라’는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기준 삼아 변형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우리 영화와 전편은 시간과 지리학적 배경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었다. 런던에서 촬영하는 동안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면 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만들어놓은 기본 틀 안에서, 기본이 흔들리지 않게 새로운 시대와 공간을 배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도전이었다.

-앨리스로 되돌아온 소감을 말해달라.

=미아 바시코프스카_ 이번 작품에서 제임스는 작품 속 주요 캐릭터의 감정선을 최대로 끌어올려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게 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앨리스를 제임스식 유머감각을 더한 채 연기할 수 있어 놀랍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시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우 복잡한 캐릭터로 보인다.

=사샤 바론 코언_ 맞다. 시간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며, 동시에 극도의 자기애를 지닌 인물이다. 나는 그런 그가 하는 일, 세상의 시간을 관리하는 것에 크게 매료됐다.

-시간의 독일어식 악센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가 시간 엄수의 아이콘, ‘독일인’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나.

=사샤 바론 코언 글쎄, 그가 바바리안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그는 말이 되지 않는 것조차 무척 과장되고 허풍스럽게 꾸며 마치 중요한 일인 양 보이게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시간 여행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꽤 있다. 만약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과거 혹은 미래 어디로 가서 무엇을 바꾸고 싶나.

=미아 바시코프스카 딱히 시간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해보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나는 우리 영화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연기한 모자 장수는 전편에 비하면 수위가 낮다.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더 준비한 부분이 있나.

=조니 뎁_ 이번 모자 장수 연기는 정말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전편에서 그는 미치광이 모자 장수일 뿐이었다. 그때엔 그저 미치광이 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모자 장수가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 그 뒤 모자 장수는 아마 스스로에게 수천 가지의 질문을 던졌을 테고, 이는 어쩌면 그를 점점 더 나락으로 몰아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연기하는 것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지만 동시에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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