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종적을 감추고 살아온 전설의 톱모델 쥬랜더(벤 스틸러)와 헨젤(오언 윌슨)은 패션쇼 초청을 받고 로마로 향한다. 그러나 그들이 런웨이에서 받은 대우는 한물간 모델에 대한 조롱뿐. 한편 저스틴 비버 살해사건이 일어난다. 비버가 마지막으로 게시한 SNS의 ‘셀카’ 속 표정이 쥬랜더의 전매특허 표정과 닮아 있다는 이유로, 인터폴 글로벌 패션국의 요원 발렌티나(페넬로페 크루즈)는 쥬랜더를 소환해 수사에 나선다. 쥬랜더는 잃어버린 자신의 아들 데릭 주니어(사이러스 아놀드)를 찾아주는 대가로 그녀에게 협조한다. 그는 발렌티나의 도움으로 한 고아원에서 아들을 찾아내지만 고아원 원장은 쥬랜더의 아들을 납치해 사라진다. 그는 악당 무가투(윌 페럴)가 아들 납치의 배후라는 사실을 깨닫고, 헨젤, 발렌티나와 함께 아들이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 파티장에 잠입한다.
2001년에 개봉한 <쥬랜더>의 후속편이다. 전편의 황당무계한 코미디는 계승했지만 재기발랄한 풍자와 참신한 유머는 사라지고, 그저 ‘황당무계’한 괴작에 그쳤다. 서사는 계속해서 이전의 사태에서 이탈하며 의식의 흐름처럼 나열되고, 그 과정에서 시도되는 웃음들은 지극히 말초적이다. 모델들의 표정을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는 벤 스틸러의 표정과 그 표정을 무협지의 필살기처럼 사용하는 장면들은 실소를 자아내지만, 말 그대로 실소에 불과할 뿐이다. ‘병맛’의 향연에 동원된 카메오 군단은 화려하다. 신비로운 양성 모델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기꺼이 스스로를 희화화한 저스틴 비버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제일 크게 웃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외에도 패션계 유명인사 애나 윈터(<보그> 편집장)부터 토미 힐피거, 알렉산더 왕, 마크 제이콥스 등 디자이너들에 수잔 보일, 스팅, 케이티 페리,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뮤지션까지 셀러브리티의 총출동으로, 장면마다 그들을 찾아보는 재미는 분명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그저 얼굴을 내밀었다는 데 의의를 두는 수준의 출연으로 영화의 서사에는 대부분 일조하지 못한다. 우정출연과 ‘병맛’ 전개, 낡은 농담만으로는 후속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영화. 전작과 마찬가지로 벤 스틸러가 연출하고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