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짜배기 언니들이 떴다 <고스트버스터즈>
2016-08-31
글 : 조재휘 (영화평론가)
<고스트버스터즈>

<고스트버스터즈>가 돌아왔다. 오리지널의 멤버들이 복귀하기로 계획되었던 3편의 제작은 2014년 해럴드 래미스가 세상을 떠나자 난항을 겪으며 무산되었지만, 속편에서 리부트로 방향을 잡은 <고스트버스터즈>의 연출은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과 <스파이>(2015)로 코미디 연출에 일가견을 보인 폴 페이그의 손으로 넘어왔다. <고스트버스터즈2>(1989)로 시리즈가 종결된 지 27년 만에 부활한 <고스트버스터즈>는 유머러스한 주인공들이 팀워크를 이루어 초자연적 현상에 맞선다는 원작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시리즈를 새롭게 이어가기 위한 포석을 깔아두는 역할에 충실하다(원작의 감독 아이반 라이트먼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고스트버스터즈>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바로 젠더 스와프(Gender Swap, 성별 교환)다. 심령 현상을 연구하다 대학에서 퇴출당한 멤버들의 이야기라는 플롯은 고스란히 유지되었지만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크루 출신의 코미디 배우로 이전에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던 크리스틴 위그, 멜리사 매카시, 케이트 매키넌이 합류해 원작의 주인공들을 대체했으며, 1편에서 첼리스트 데이나(시고니 위버)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던 피터(빌 머레이)의 역할은 접수원 케빈(크리스 헴스워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에린(크리스틴 위그)의 모습으로 반전되었다.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빚어졌던 유령은 CG애니메이션으로 교체되었으며, <스파이>에서 두드러진 폴 페이그 특유의 코미디 감각이 원작의 유머와는 사뭇 다른 색깔을 영화에 입힌다. 북미에서는 흥행 실패라는 재난과 여성주인공으로의 교체에 따른 젠더 이슈로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2010), <스티브 잡스>(2015)의 각본가 에런 소킨이 리부트에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재평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원년 멤버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걸 발견하는 것도 이번 영화의 소소한 재미. 비록 해럴드 래미스는 고인이 되었지만, 빌 머레이와 댄 애크로이드, 어니 허드슨과 시고니 위버, 애니 포츠가 영화의 구석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시리즈의 상징과 같은 먹깨비 유령과 마시멜로맨 또한 어김없이 다시 찾아와 호러 코미디의 클래식이 된 원작의 추억을 되새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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