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달빛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달빛궁궐>
2016-09-07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달빛궁궐>

모두들 어린이 무용극 준비에 한창인 창덕궁. 또래와 섞이지 못하고 혼자 궁궐을 배회하던 현주리(김서영)는 바닥에 떨어진 명패 하나를 발견한다. 자격루를 탈출한 쥐신의 명패다. 하루 한번 시간을 알리는 일에 따분함을 느끼던 쥐신은 십이지신 사이를 뛰쳐나와 궁궐을 떠돌던 참이다. 현주리가 명패를 집어들자 창덕궁은 달빛궁궐의 별천지로 변한다. 현주리가 건드린 명패는 사실 시간을 움직이는 자격루의 열쇠다. 그 명패를 차지하려는 매화부인(이하늬)의 계략으로 현주리는 위험에 처한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판타지애니메이션이다. 서울의 향토 전설과 상상의 동물들을 캐릭터로 만들고, 자격루의 작동원리, 한복 짓는 과정을 만화적으로 묘사하는 등 교육적인 성격이 짙다. 그만큼 타깃층도 확실하다. 바늘, 골무, 궁녀, 버섯을 본뜬 조그만 캐릭터들과 중간중간 삽입된 뮤지컬 무대가 어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창덕궁 곳곳을 묘사하는 세심한 작화다. 궁궐회화, 건축, 복식에 대한 탄탄한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화려하면서도 사실적인 작화에 묻어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스토리와 주요 캐릭터는 밋밋한 편이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지점의 묘사가 부족하고, 별다른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소동극 일변도다. 주요 캐릭터들에게서도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주인공 캐릭터는 조력자들의 도움으로만 쉽게 상황을 헤쳐나가고, 악역과 조력자도 기능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백악산신, 목멱대왕 같은 토속적 캐릭터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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