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극단의 시대, 친일 또는 항일의 경계선에 선 인물들의 파노라마 <밀정>
2016-09-07
글 : 김성훈
<밀정>

1920년대 경성. 조선인 일본 고등경찰 이정출(송강호) 경부는 경무국 히가시(쓰루미 신고) 부장으로부터 의열단의 친구가 되어 핵심 정보를 캐내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정출은 김장옥(박희순)이 혁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팔려고 했던 불상을 들고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의열단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김우진은 이정출이 자신에게 접근해온다는 소식을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에게 보고한다. 정채산은 “적의 첩자를 역으로 우리 첩자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상하이에서 김우진은 이정출을 정채산에게 소개하고, 이정출은 “한번만 눈감아달라”는 김우진의 부탁을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의열단은 폭탄을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반입하기 위한 작전을 실행하고, 이정출과 또 다른 일본 경찰 하시모토(엄태구)는 의열단을 쫓는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은 실제로 있었던 황옥 경부 사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김장옥이 밀정 때문에 일본 경찰에 잡혀 죽임을 당하게 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이정출이 김우진에게 접근하기까지의 영화 초반부는 스파이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다. 이정출이 예기치 않은 어떤 일을 겪으면서 진퇴양난에 빠지는 순간, 스파이영화로서 <밀정>의 진면목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송강호는 의심, 곤혹스러움, 분노, 능청스러움 등 다양한 감정을 이정출의 얼굴에 실어나르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정출의 표정은 신과 신을 단단하게 조이는 렌치가 된다. 송강호뿐만 아니라 공유, 한지민, 쓰루미 신고, 엄태구, 신성록 등 출연진의 연기 또한 서사에 깊이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의열단장 정채산을 연기하는 이병헌은 잠깐 등장하는데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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