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로 되어버린 아쉬운 재해석 <벤허>
2016-09-21
글 : 조재휘 (영화평론가)
<벤허>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1959)는 1950년대 대형 서사극과 70mm영화의 유행을 일으킨 기념비적 명작이었다.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한 1959년 버전의 아우라는 그 이전에 있었던 1907년과 1925년의 무성영화 버전조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만큼 강렬한 것이었으며, 리메이크 내지 리부트가 일상화된 할리우드에서도 ‘감히’ 이 작품의 리메이크는 시도하지 않았을 만큼 <벤허>의 영화사적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원티드>(2008), <링컨: 뱀파이어 헌터>(2012)의 티무어 베크맘베토프가 메가폰을 잡고 <벤허>의 새로운 버전을 연출한다는 기획은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우려와 논란을 낳았다. 결국 완성된 <벤허>(2016)는 그동안 쏟아진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입증하는 결과물이 되었다.

찰턴 헤스턴과 스티븐 보이드에 비하면 새로운 배우들의 캐스팅은 극을 휘어잡는 확연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며, <노예 12년>(2013)을 작업한 존 리들리의 각본은 <벤허>를 ‘복수’가 아닌 ‘용서’의 테마로 재해석하지만 섬세한 감정선 표현과 인물 묘사가 수반되지 않는 연출은 각본의 참신성을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 베크맘베토프는 전차경주 장면을 영화의 크라운 주얼(crown jewel: 핵심자산)이라 했지만, 이 역시 50여년 전 만인을 경탄케 했던 오리지널에는 감히 미치지 못한다. 대작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1억달러의 제작비, 적합하지 않는 연출자와 배역진의 선택 등 악재가 겹친 결과, 2016년 버전의 <벤허>는 1959년 버전의 명성에 묻은 불필요한 얼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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