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영화 구석구석 숨결 불어넣는 빛과 그림자 - <밀정> 조규영 조명감독
2016-09-22
글 : 이예지
사진제공 손익청 스틸작가

이정출(송강호)의 딜레마를 좇는 <밀정>은 그의 얼굴에 음영을 짙게 드리우고, 명암을 채워넣으면서 마음의 궤적을 그려내는 영화다. 송강호의 얼굴을 극적으로 연출한 빛과 그림자들은 조규영 조명감독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인물의 얼굴에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기 위해 톱 라이팅을 많이 줬다. 옆에서 키 라이팅을 할 땐, 딱 얼굴의 반만 잡아서 라이팅을 했다. 아이라이트도 신경 쓴 부분이다. 얼굴엔 그림자를 드리워도 눈에는 빛이 있어야 했다.” 송강호의 얼굴을 화폭 삼아, 어둠과 밝음을 한데 공존시킨 그는 이번 작업이 무척이나 보람찼다고 회상한다. “송강호 선배의 이목구비가 큼직한 편은 아니라, 조명을 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라이팅을 하니 정말 잘 받으시더라. 표정 연기가 뛰어나 오히려 조명이 연기에 묻히는 것 같았달까. (웃음)” 조규영 조명감독이 조명을 만들어냈다면, 김지용 촬영감독은 조명을 구상해냈다. 촬영감독이 촬영, 조명, 그립을 관장하며 전반적인 영상 구도를 설계하는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에서 개퍼(Gaffer)로 일한 조규영 조명감독은 DP 시스템의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김지용 촬영감독이 조명 구도를 제시하면 나는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구현한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잡은 <밀정>의 조명 컨셉은 누아르의 톤 앤드 매너를 살리되 “날카로움 속에 부드러움을 주고 차가움 속에 따듯함을 넣자”였다. “밤 신에서의 월광은 HMI 조명을 써 푸르스름하게 표현하는 한편, 경성 거리의 가로등은 백열전구를 써 따듯한 느낌을 줬다.” 인물과 공간들에 빛과 어둠, 차가움과 따듯함을 동시에 불어넣은 셈이다.

컴퓨터애니메이션학을 전공한 조규영 조명감독은 “촬영이 스케치라면, 조명은 색을 입히고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똥개> 조명팀으로 시작해 쭉 신경만 조명감독 밑에서 일한 그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김지용 촬영감독과 처음 DP 시스템을 함께하며 조명감독으로 데뷔했다. “김지용 촬영감독과 4년간 호흡을 맞췄고, 현재도 영화 <하루>를 함께 작업하고 있다. 항상 카메라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이젠 앵글만 봐도 어떻게 할지 감이 온다. (웃음)” 그는 김지용 촬영감독과의 작업 외에도 <시선 사이> <심야택시> 등의 조명을 맡았고, 앞으로도 “개인적인 작업과 DP 시스템 안에서의 작업을 양립할 계획”이다. 밑그림과 채색의 중요성을 동시에 알고 있는 그의 조명은 앞으로도 영화 속 구석구석 숨결을 불어넣을 것이다.

무전기

“항상 카메라 옆에 붙어 있으니 무전기는 필수다. 무전기로 조명팀 스탭들과 소통하며 조명을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오래 써온 때 묻은 무전기라고 하고 싶은데(웃음), 무전기는 소모품이라 고장이 잘 난다. 한 작품에 한번씩 갈 때도 있다. 이 무전기는 <하루>를 작업하면서 새로 바꾼 거다.”

FILMOGRAPHY

2016 <하루> 조명 2016 <밀정> 조명 2016 <시선 사이> 조명 2016 <심야택시> 조명 2015 <성난 변호사> 조명 2014 <상의원> 조명 2014 <수상한 그녀> 조명 2012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조명 2011 <검은 갈매기> 조명 2011 <도가니> 조명부 2011 <푸른 소금> 조명부 2009 <김씨 표류기> 조명부 2008 <고고70> 조명부 2005 <형사 Duelist> 조명부 2004 <우리형> 조명부 2003 <똥개> 조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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