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서울액션스쿨의 영화의 달인들
2016-09-23
글 : 주성철

196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별공헌상을 받은 인물은 바로 전설의 스턴트맨 야키마 카누트였다. 존 포드의 <역마차>(1939)에서 주인공 존 웨인을 대신해 마차를 끄는 여러 마리의 말들을 차례로 옮겨 타는 장면을 촬영했던 그는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리오 브라보>(1959), <스팔타커스>(1960) 등에 참여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스턴트맨으로 높은 명성을 누렸음은 물론,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액션 신에 관한 한 직접 장면을 설계하는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맹활약했다. <대열차강도>(1903)에서 말을 타고 숲속 추격전을 벌이며 주인공 대신 말에서 떨어지던 기병대 출신의 프랭크 하나웨이가 영화 사상 최초의 스턴트맨이었다면, 야키마 카누트는 그를 이은 최초의 무술감독이라 할 수 있다.

갑자기 그에 대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리메이크된 티무어 베크맘베토프의 <벤허>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1959)에서 그 유명한 전차경주 장면을 설계한 이도 바로 야키마 카누트다(그의 아들인 야키마 카누트 주니어도 <벤허>에 스턴트맨으로 참여하며 화제가 됐다). 그는 액션 코디네이터 이상으로, 사실상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한때 “전차경주 장면이 전부나 다름없는 <벤허>에서 윌리엄 와일러가 한 일이 무엇이냐, 숨은 진짜 감독은 야키마 카누트다!”라고 부르짖던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호 영화비평에서 안시환 평론가가 과거와 현재의 두 <벤허>를 비교하며 잘 풀어주었듯이, “휘발성이 강한 스펙터클을 어떻게 드라마가 단단하게 붙들어 맬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윌리엄 와일러가 있었기에 1959년작 <벤허>는 영화사의 신화로 남을 수 있었다. 아무튼 대규모 액션 신이 상영시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1959년작 <벤허>는 영화에서 서사보다 기술을 담당한 영화인들이 더 큰 지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중요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작품이기도 하다. 그처럼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 스턴트의 중요성과 스턴트맨들의 공로, 그리고 스턴트 코디네이터의 입지를 확고하게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아수라>의 액션을 책임진 서울액션스쿨의 무술감독과 스턴트맨들을 만났다. 허명행 무술감독이야 <무한도전>에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출연한 ‘애제자’로 워낙 유명하고,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2008)에서 자동차에 부딪혔다 훌훌 털고 일어나는 엄청난 스턴트 장면을 선보였던 권귀덕 무술감독 또한 업계에서는 ‘카 스턴트’에 관한 한 최고수로 인정받고 있고, <신의 한 수>(2014)를 통해 무술감독으로 데뷔하던 당시 직접 인터뷰한 적 있는 최봉록 무술감독도 실제 복서였는데 <주먹이 운다>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으며 정두홍 무술감독이 직접 ‘스카우트’한 경우이며, 정우성 대역을 맡은 김선웅씨는 잘 몰랐던 분이다. 하지만 서울액션스쿨 14기로서 187cm의 큰 키 덕에 정우성, 공유, 김우빈 등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배우들의 대역을 도맡아 한다는 그를 보면 “독보적인 신체조건을 가진, 서울액션스쿨에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허명행 감독의 말에 바로 동의가 된다. 아시아에서 장신 스턴트맨을 찾아보기란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 당장 중국영화계로의 유출이 걱정된다.

기자들 중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씨네21>의 시라소니 이주현 기자가 진행한 이번호 대담에서 그들은 스턴트의 세계를 이해하고 깊이 교감하는 김성수 감독, 정우성 배우에 대한 존경어린 칭찬을 멈추질 않았다. 그처럼 서사와 기술의 조화 속에서 한편의 멋진 영화가 만들어진다. 다시 한번 그들의 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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