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채 떼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피터(오크스 페글리)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는다. 사고 현장에서 홀로 서성이던 피터에게 다가온 초록색 용 한 마리. 피터는 용에게 엘리엇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날로 둘은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 되며 깊은 숲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6년 후, 숲을 순찰하던 그레이스(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일행은 우연히 피터를 발견한다. 며칠이 지나, 엘리엇 또한 욕심 많은 벌목꾼들에게 포획된다. 피터와 엘리엇은 보금자리를 잃고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1977년 돈 채피 감독이 연출한 실사 애니메이션 <피터의 용>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속 용의 친숙한 이미지가 <피터와 드래곤>에서도 그대로 활용된다. 거친 비늘이 아닌 북슬북슬한 털, 매섭기보다는 크고 맑은 눈의 생김새부터 아이의 부름에 성실히 응하는 태도까지, 영화 속 용은 영락없는 반려동물의 모습이다. 아이를 무탈하고 용감하게 키워내는 점에서 좋은 부모의 이미지가 투영되기도 한다. 주제와 극의 분위기를 보자면 디즈니의 인장이 선연하다. ‘가족’과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판타지극의 분위기와 환경 친화적인 교훈까지 알차게 담긴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비극을 접하는 어린아이의 시점을 삽입하거나 캐릭터들의 사연을 중첩시킴으로써 이야기가 가진 공감의 깊이를 더한다. 용의 털과 숲이 지닌 초록색 이미지와 나무 조각가, 목재상이라는 인물군의 직업에 맞게 자주 쓰이는 담갈색의 이미지는 목가적인 느낌을 형성한다. 익숙한 감동을 전하지만 그 울림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