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는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2016-09-28
글 : 장영엽 (편집장)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2009년 1월15일, 승객 155명을 태운 US항공 1549편이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다. 이륙하던 비행기가 새떼에 부딪히며 양쪽 날개 엔진이 모두 손상된 것이다. 사상자는 0명. 순간의 기지로 승객들을 살려낸 1549편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그의 애칭이 바로 ‘설리’다)는 만인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아찔한 사고와 기적적인 생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졌던 한 평범한 남자 ‘설리’(톰 행크스)의 마음의 여정을 뒤쫓는 영화다. 문제의 핵심은 엔진이 파열됐을 당시 비행기가 출발지인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할 수 없었는지의 여부다. 다양한 식견을 갖춘 항공전문가들은 허드슨강에 비상 착수한 설리의 결정이 옳았는지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설리 역시 사고 당시의 순간을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재생하며 후유증을 겪는 한편 기장으로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떤 소재로 영화를 만들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근본적으로 고독한 영웅의 서사에 매혹되는 것 같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비정한 세계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톰 행크스가 분한 체슬리 설렌버거는 포스트 9·11과 경제 불황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21세기 미국의 초상이기도 하다. 항공사고를 소재로 하는 만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던 CG 컷이 자주 등장하는데, 액션 시퀀스는 비행기를 소재로 한 다른 상업 블록버스터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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